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평원을 달리다가 말에서 내려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이것은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동안 우리는 속도를 내기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야 하는 시대를 살아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잠시 멈춰진 지금, 우리는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으며 나의 경쟁력은 과연 무엇인지 자문해 볼 때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축산업 한우도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다. 한우 농가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한우’ 브랜드화와 품질 개선은 소비량 증가와 가격 상승을 가져왔다. 그 결과 한우는 농촌경제의 최고 소득 품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최근 한우 산업을 역대급 호황이라고 말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위기의 그림자 또한 짙다.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자급률은 낮아지고 있고, 수입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비싼 한우는 선물용이나 외식 접대용으로나 먹을 수 있다는 소비자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식물성 고기로 대표되는 대체육이 급격히 성장하며 한우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국내 축산은 가축분뇨처리, 악취 저감, 가축질병 등 환경문제뿐 아니라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대체육과 경쟁해야 하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에 직면하게 되었다.
게임의 규칙이 바뀌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과거의 성공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나 때는 말이야, 이렇게 해서 성공했어~”라는 말은 이제 꼰대의 추억 회상일 뿐이다. 입식타격 이종격투기인 K-1에서 우승한 선수가 종합격투기인 UFC에서도 우승한다는 보장은 없다. 두 게임의 규칙이 엄연히 다르니 말이다.
지난 5월 11일, 전국 9만4,000여 개의 한우 농가를 대표하는 21명의 고수가 한자리에 모였다. 대부분은 전국에서 한우를 가장 잘 기르는 이른바 '한우 명장’이라고 칭송받는 한우 명인과 마이스터들이다. 이들은 일본 축산 전문가 팀과 함께 1년간 온라인 상에서 상호교류를 하기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한우에 대해서는 최고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한우 명장’들이 왜 자발적으로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머지않아 다가올 한우 산업의 위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꿀지에 대해 고민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마음가짐과 자세가 그들을 한우 고수로 만드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모임의 이름은 ‘우보천리(牛步千里) 21’로 정해졌다.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뜻으로, 1년간의 교육을 우직하게 잘 마치겠다는 21인의 의지를 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축산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고 있는 지금, 한우 산업은 기존의 파수꾼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경쟁력을 찾는 개척자가 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스스로 쉼 없이 강해지고자 하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정신이다. 병아리는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생존한다. 누군가가 대신 계란을 깨뜨린다면, 그저 계란프라이로 누군가의 식탁에 오를 뿐이다.
‘우보천리 21’이 한우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새로운 걸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자면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고 느낌표를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물음표가 씨앗이라면, 느낌표는 꽃’이라는 말이 있다.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꽃은 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