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 “수많은 청년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고 사과했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 사건에 대해서도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도 깊은 상처와 실망을 남긴 점, 두고두고 속죄해도 부족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간 산발적으로 사과가 나왔던 이들 사건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가 정리된 입장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장관의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당이 다시 ‘조국 수렁’에 빠진 상황이지만 송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분명한 사과 메시지를 내 당심을 넘어 민심을 향해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에 쏟아진 ‘내로남불’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는 대신 그간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밝힌 것도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들이 과연 자기 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 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한 것도 눈에 띄는 구절이다.
이번 입장문은 지난달 25일부터 진행한 민심경청 프로젝트에서 나온 국민들의 요구를 정리한 것이다. 부동산시장 안정과 백신 문제 해결을 향후 중점 과제로 삼은 것도 민심 청취의 결과다. 민주당 지도부가 밑바닥 민심에 다가서면서 당이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향을 적절하게 짚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강성 지지자들은 “송영길 사퇴하라” 등을 주장하며 온라인 게시판을 점령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당을 제대로 쇄신시키기 위해선 이런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일관된 입장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유능한 개혁의 성과와 내로남불 극복, 언행일치를 보여주는 증거자료를 많이 제출해야 한다”는 송 대표의 적확한 언급대로 내년 대선에서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선 결과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