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읽어야 하는 국어, 어휘를 외우고 문장을 접해야 하는 영어 같은 어학 과목은 선생님의 관리가 특히 중요한데, 원격수업 환경에서는 불가능해졌어요.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대면 수업에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충남의 한 고등학교 국어 교사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학업 성취도 하락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원격수업을 하긴 했는데, 학습 의욕이나 동기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인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2일 교육부가 중3과 고2의 학업성취도가 하락했다는 자료를 내놓자,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는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란 평가가 나온다. 아니 오히려 현장에선 더 심각하다는 말도 나온다.
중학생은 영어 과목에서 성취도가 가장 크게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는 “수학 과목의 성취도는 더 떨어질 데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며 "2015년 이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고, 중학교만 한정하면 진로 탐색을 위해 시험을 면제해주는 자유학기제가 시범운영을 거쳐 2016년 전면 도입된 때와 맞물린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책보다 영상을 자주 접하는 요즘 아이들의 특성이 문해력 하락으로 이어졌고, 거기에다 코로나19까지 겹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날 교육부가 내놓은 등교 확대, '교육회복 종합방안’ 마련,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지원 등에 대해 "근본적 대책이 되긴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은 “교육회복 프로젝트 같은 것은 중장기 대책이고,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위해 정규 교사를 더 배치한 계절학기제라도 만들겠다는 결단과 행동”이라며 “등교만 확대해 봐야 이미 학습진도를 뒤처진 아이들은 학교에 더욱 적응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또 ‘매일 등교 확대' 방침이 옳다 해도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집단감염 위험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2일까지 고3 학생 32명 등 학생 35명이 집단 감염된 서울 강북구의 고등학교도 학급당 학생 수 34.9명의 과밀학급이었다.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은 “교육부의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매일 등교를 하려면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와 같은 구체적 처방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성명을 내고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고 실효성 있는 학교 방역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