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1일(현지시간) 중국 시노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긴급 승인했다. 중국 백신으로는 지난달 시노팜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이 립서비스에 그치는 사이 물량을 앞세워 개도국을 파고든 중국의 ‘백신 외교’에 가속이 붙고 있다.
중국이 그간 해외에 공급한 코로나 백신은 3억 회분에 달한다. 이 중 2억6,000만 회분이 시노백 제품이다. 연간 20억 회분 규모의 중국 내 5개 생산기지 외에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집트 등 최소 5개국에서 현지 생산허가를 받았다. 류페이청(劉沛誠) 시노백 대변인은 1일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해외 46개국에서 4억3,000만 회분 넘게 접종했다”며 “이는 전 세계 백신 접종량의 5분의 1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시노팜과 마찬가지로 시노백도 개도국에서 먼저 접종을 시작했다. 서구가 줄곧 지적해온 임상시험 데이터 공개는 뒤로 미뤘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보관ㆍ유통이 용이한 데다 효능이 어느 정도 입증되면서 거부할 수 없는 선택으로 부각됐다. 사망자 감소효과가 브라질에서는 95%, 인도네시아에서는 98%에 육박했고 태국에서는 접종 후 99% 항체가 형성됐다. 터키에서는 83% 효과를 보였다. 펑둬자(封多佳) 중국 백신산업협회장은 2일 “WHO의 이번 결정은 중국이 전 세계 전염병 퇴치를 도울 의지와 수단뿐 아니라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양적 우위에 기반한 ‘백신 파워’를 내세워 우군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를 끌어들였다. 브릭스는 세계 인구의 41%, 국내총생산(GDP)의 24%, 무역의 16%를 차지해 개도국 협력체로는 최대 규모다. 동맹을 앞세워 중국을 옥죄는 미국에 맞서도 밀리지 않는 크기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 상황이 최악인 인도를 명분으로 삼았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화상으로 열린 브릭스 외교장관회의에서 “대유행에 맞서는 인도와 함께하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은 백신 공급을 넘어 공동연구, 개발, 임상시험, 생산, 허가 등 전 과정에 걸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브릭스 회원국 간 백신 표준 상호인증도 추진한다.
이 같은 진용 구축은 중국에 절실하다. 미국이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코로나의 발원지로 지목해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등 서구국가들이 가세하면서 중국은 궁지에 몰리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 중국 백신의 역할을 키워야 미국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카를로스 움베르토 주중 에콰도르 대사는 글로벌타임스에 “중국은 14억 명 자국인 백신 접종 수요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백신을 다른 나라에 제공하고 있다”며 “중국을 국제 공동체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