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혐오정치" vs "나경원 분열정치"…'불꽃 설전' 벌인 李·羅

입력
2021.06.01 22:20

"나경원 후보는 제가 트럼프와 닮았다며 혐오 이미지를 덧씌우려고 하고 있다."(이준석 전 최고위원)

"이준석 후보가 분열의 정치를 시작했다. 그런 정치가 오히려 2030세대를 떠나게 할 수 있다."(나경원 전 의원)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경선(컷오프)를 1·2위로 통과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1일 두 번째로 열린 TV토론회에서 '트럼피즘(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포퓰리즘식 정치행태)'을 두고 맞붙었다. 나 전 의원이 '이준석 돌풍'을 '트럼피즘'에 빗댄 것을 두고, 이 전 최고위원이 "혐오를 덧씌우고 있다"며 반격에 나서면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MBN이 진행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나 전 의원을 향해 "제게 줄기차게 트럼프 대통령과 닮았다면서 혐오 이미지를 덧씌우려고 하는데 저의 혐오 발언이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이 31일 토론회와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이 전 최고위원의 인기 원인을 "젠더갈등, '이대남(20대 남성)'의 분노를 일으킨 것에 있다"고 분석하며 '트럼피즘'을 언급한 것에 대해 따져 물은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의 칼럼을 인용한 것으로, 이 후보가 20대 남자들의 분노를 갈등으로 유발한 것 아니냐는 부분을 인용했다"고 하자, 이 전 최고위원은 "진 전 교수가 신이냐"며 "비겁하게 학자의 논리에 위탁하지 말고 혐오 발언으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말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에 나 전 의원은 "20대 남성들의 역차별에 대한 공감을 혐오로 부추기는 쪽으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분열의 정치가 오히려 2030세대를 떠나게 할 수 있다. 젠더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그러자 이 전 최고위원은 "저를 트럼프로 모는 게 그런 것"이라며 "제가 (여론조사에서) 나 후보보다 여성 지지율이 높다는 것을 상기시켜 드린다"며 말을 잘랐다.

두 사람의 설전은 '야권 통합' 문제로 옮겨 붙었다. 나 전 의원은 "이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사이가 나쁘다는 것은 온 천하가 안다"며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당과 합당이 어려워진다는 건가"라며 공세에 나섰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렇게 이해하면 이해력이 부족한 것"이라며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진지하게 임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나 전 의원은 재차 "(이 후보는) 윤석열 전 총장이 안 타도 경선 버스를 출발시킨다고 하고, 안철수와도 통합이 어려워지면 야권후보 단일화가 어렵다"며 '야권통합'에 대한 의지를 물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나 후보의 그런 대응이 공정한 대선 관리에 자질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나 후보는 윤 전 총장이 버스에 타고 말고 하는 게 왜 경선 운영에 중요한지 설명을 못 한다"며 "윤 전 총장과 안 대표에겐 호의, 유승민 전 의원에겐 적개심을 보이는데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하겠느냐"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