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었나"...이낙연 지지율 '의외의' 반등, 왜?

입력
2021.06.0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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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다시 일어서긴 어려울 것이다.”

4ㆍ7 재ㆍ보궐선거 패배 직후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한때 40%를 넘겼던 이 전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올해 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불쑥 제기한 후 10%대까지 추락했다. 이 전 대표가 지휘한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이후엔 대선 주자로서의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워졌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실제 상황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기관 4곳이 5월 24~26일 실시한 조사(NBS)에 따르면, 이 전 대표 지지율은 10%로 집계됐다. 선거 이후 4, 5월 내내 지지율이 한 자릿수(7, 8%) 수준까지 추락했다가 최근 두 자릿수 지지율을 회복한 것이다. 매달 말 실시되는 오마이뉴스ㆍ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이 전 대표 지지율은 4월 9%에서 5월 11.1%로 올랐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1일 “선거 참패에 따른 하락세가 멈춘 건 분명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지지율이 10%대 중반까지 반등했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이 전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 민심이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24~26일 NBS 조사에서 호남 지역의 이 전 대표 지지율은 21%였다. 5월 3~5일 조사 당시 10%로 최저치를 찍었다가 3주 만에 20%대를 회복한 것이다. 5월 13~16일 광주에 머물며 아침마다 5ㆍ18 묘역을 찾아 묘비를 닦고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공식 사과한 것을 비롯한 호남 구애 행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을 이탈했다 최근 다시 복귀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개혁적인 이재명 지사보다 안정적인 이 전 대표를 선호하며 지지율이 오르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호남 출신에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내며 이 전 대표와 ‘캐릭터’가 겹치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을 빼앗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크게 고무돼 있다. 대선 캠프 핵심 관계자는 “경제, 균형발전, 외교안보 등 분야별 정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해 이달 말까지 지지율을 10% 후반대까지 끌어올리고, 이재명 지사와의 격차를 한 자릿수로 좁히는 게 목표”라고 했다. 다만 당내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야당은 ‘이준석 돌풍’에 힘입어 2030세대로 외연을 넓히는데, 이 전 대표나 정 전 총리는 친노ㆍ친문ㆍ호남 구애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경선 흥행에 따른 외연 확장 효과는 없고, 한정된 파이를 두고 서로 땅따먹기만 하고 있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