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문무일, 檢 수사지휘 폐지 항의하며 식사자리 박차고 나가"

입력
2021.06.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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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출간 회고록 '조국의 시간'
윤대진 검찰국장은 직접 수사 보장에 만족
"국정농단 사건 위해 특수통 중용 불가피"
"1심 재판 끝나면 형사부·공판부 검사 중용"
수사·기소 분리는 "체제 안착 후 구현" 구상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회고록을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벌어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과정의 비화(秘話)를 공개했다. 회고록엔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정부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반발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 및 조국 민정수석과의 대화 도중 자리를 떠났다는 이야기가 조 전 장관 관점에서 서술돼 있다.

조 전 장관은 1일 출간된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서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놓고 박 전 장관, 문 전 총장, 그리고 나, 세 사람이 점심을 먹으며 대화했는데, 문 전 총장은 강하게 항의하며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고 술회했다. 조 전 장관이 언급한 합의안은 법무부, 행정안전부, 민정수석실 논의 끝에 2018년 6월 21일 정부가 발표한 수사권 조정안으로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부여 △송치 전 검찰의 수사지휘 폐지 △검찰의 특수수사 분야 수사권 유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 법안도 이 합의안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조 전 장관은 문무일 전 총장이 이 같은 내용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며 "문 전 총장은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에 반대했고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실제 문 전 총장은 퇴임 전까지 줄곧 "수사 개시와 종결을 한 기관이 해선 안 된다"며 검찰의 직접 수사를 대폭 축소하더라도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만큼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문 전 총장은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했지만, 조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박 전 장관과 나는 이 정도 합의는 검찰도 수용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무부 내에서 검찰 입장을 대변하는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은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반대했지만,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직접 수사권 보장에는 만족하고 동의했다"고도 썼다.

회고록엔 '문재인 정부에서 특수통 검사들이 지나치게 약진했다'는 비판에 대한 조 전 장관의 입장도 담겼다. 조 전 장관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기소를 특수부 검사들이 끌고 왔는데, 공소유지를 위해선 이들이 요직에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 사이에 잠정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은 "박상기 전 장관과 나는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이 종료되고 나면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를 중용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취지에 공감하며, 여권 내 검찰개혁 강경파들이 밀어붙였던 수사와 기소 분리 방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드러냈다. 그는 "새 체제를 안착시키면서 보완점을 정비하고 경찰개혁을 시행한 후, 이르면 문재인 정부 말기, 늦어도 다음 정부 초기에 수사와 기소 분리를 구현하면 좋겠다고 (민정수석 시절) 생각했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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