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베트남과 경쟁하는 국내 산업, 고용·임금 사정 모두 악화

입력
2021.06.01 15:30
섬유·신발 등 수입경쟁 1%p 늘어날 때 고용 0.39%p 둔화
고졸 이하 저학력 근로자에 더 큰 타격… "근로자 맞춤 대책 필요"

중국·베트남과 수입경쟁에 많이 노출된 산업일수록 고용감소를 경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무역구조의 변화가 국내 고용구조에 미친 영향과 정책 시사점'에 따르면 중국·베트남과의 수입경쟁노출도가 1%포인트 증가한 산업의 연평균 고용증가율은 0.39%포인트 감소했다.

이들 산업은 주로 섬유, 의복, 신발 관련 제조업과 통신기기 및 영상기기 등으로 국내에 수입된 중국·베트남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산업이었다.

반면 중국·베트남 시장 개척으로 수출이 늘어나는 기계장비, 정밀기기, 반도체 등의 업종은 고용증가율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이들 업종은 수출증가노출도가 1%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연간 고용증가율이 0.4%포인트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업체에 가해진 타격을 수출업체에 생긴 새로운 일자리가 상쇄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희비는 일자리를 지킨 근로자들의 임금 증가율에서도 드러난다. 대외연 분석 결과 중국·베트남과의 수입경쟁노출도가 10년간 10%포인트 높아질수록 월평균 근로소득 증가율은 5.1%포인트 둔화됐다. 반면 수출증가노출도가 10%포인트 높아진 산업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5.3%포인트 높아졌다.

중국·베트남 제품의 수입 증가는 상대적으로 저학력(고등학교 졸업 이하) 근로자들에게 더 큰 악영향을 미쳤다. 연구에 따르면 중국·베트남과의 수입경쟁노출도가 10%포인트 증가할 때, 저학력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소득 증가율이 고학력(대학교 졸업 이상) 근로자보다 6.0%포인트 더 감소했다. 구경현 대외연 무역투자정책팀장은 “수입 경쟁이 장기간에 걸쳐 저학력-고학력 근로자 간의 소득불평등을 심화하는 경로로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역 개방이 지속될수록 업종, 학력 등에 따른 유불리, 고용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정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 팀장은 “취약계층에서 무역구조 변화의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며 “무역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지원보다는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더 강화해, 이들의 전직과 이직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