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하정우·솔비·구혜선...젊은 미술계가 바라보는 '아트테이너'

입력
2021.06.02 12:10
작품 홍보부터 벌어지는 작가 간 격차
시장 활성화 향한 기대감 속 우려 존재해

더이상 연예인들의 화가 데뷔는 드문 일이 아니다. 오래 전 화가를 겸업하는 연예인, 이른바 '아트테이너(Art+Entertainer의 합성어)'까지 나타날 정도로 예술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만 이들을 두고 미술시장에 활기를 가져다줬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스타 인지도를 이용한 상업적 활동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동시에 존재한다.

아트테이너의 대표주자로는 하정우와 하지원 솔비 구혜선 조영남 등이 있다.

먼저 하정우는 201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최근 열 번째 개인전 'At Home(집에서)'을 마쳤다. 특히 그의 전시회는 '완판'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의 작품은 2천만 원대다. 자신의 작품 활동과 관련, 하정우는 "값어치를 인정해주셔서 기분이 좋고 책임감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정우는 일상에서 즐기고 경험한 대중문화 소재들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유명 브랜드 옷을 입은 강도들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저수지의 개들'을 내걸고 화면에 등장하거나, 날카롭고 예민한 얼굴의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가 근육질의 몸에 망토를 두른 영웅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뒤이어 솔비는 2015년 '트라스'(흔적)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어 추상화 20여 점을 대중에 선보였다. 5년 전 마음의 치유를 위해 그림을 시작했다고 밝힌 솔비는 2012년 개인전을 열었으며, 이후 반려동물과 유기견을 위한 기획전, 벽화작업 프로젝트 등을 펼치며 화가로 입지를 드높였다. 특히 솔비는 음악을 결합한 퍼포먼스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해 문화의 다양성 확대를 꾀하고 있다.

구혜선은 2009년 첫 전시회 '탱고'를 개최한 뒤 홍콩과 상하이 등 국내외를 오가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2018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전시회 수익금 전액을 한국미술협회에 기부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보였다.

취미로 시작한 그림을 본격적으로 공개한 이도 있다. 하지원은 4월 30일 열린 단체전 '우행(牛行)'에서 추상화 연작 3점을 출품하며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500만 원대로 전해진다.

이들의 특징은 1회성 퍼포먼스식 전시회가 아닌 어엿한 아티스트로서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다만 부정적 시선이 적지 않다. 최근 홍대 이작가(이규원)는 구혜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미술 작가도 하고 영화감독도 하고 글 쓰는 작가도 하지만 적어도 미술 하나만 봤을 땐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그냥 취미미술 수준이다. 홍대 앞 취미 미술 학원생들 (수준). 백화점에 전시할 수준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작가는 솔비 작품에 대해 "미대 가고 싶은 학생 수준", 하정우는 "스스로 미술작가라고 생각 안 할 것"이라 거침없이 지적했다.

해당 발언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대중 역시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연예인들의 화가 활동이 신진 작가 등 소외 받는 이들을 양산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자아낸다는 지적이다. 또 실력에 비해 연예인 이름값으로 브랜딩 돼 과대평가 받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시장 활성화라지만 불공평한 미술 시장 현실의 한계

이에 대해 현재 활동 중인 김동형 작가는 본지에 "현 사회에서 연예인의 미술 활동은 대중들에게 꽤 예민한 문제로 인식이 되고 있다. 사실상 예술의 장르라는 벽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개그맨과 배우들이 음반을 내 가수 활동을 하고, 가수나 모델들이 연기를 하는 가운데 연예인이 미술활동이라고 왜 못하겠냐"면서도 "국내 대중음악·스포츠·영화계와 달리 유독 미술계에서 성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흔히 말하는 '그들만의 리그', 주체에 대한 벽이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유독 미술 분야만 다른 예술 분야들에 비해 대중적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 밝혔다.

연예인들의 작품이 고가로 팔리는 것에 대한 것 역시 "미술 시장의 경제적 활성화라고 하지만 통계학적으로 찾기 힘들다. 주변 다른 작가들 또한 상업적으로 이득을 보지 않았다"면서 "대중은 연예인들의 작품들에 대해 내면을 들여다보기보다 단순히 그림의 실력을 평가하는 편이다. 그들의 작품들이 높은 가격에 유통이 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때문에 논란이 야기된 것은 아닐까"라면서 의문점을 제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로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젊은 작가들이 많다고 밝힌 김동형 작가는 "입문과 동시에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예인의 미술작품에 대해 매겨지는 상업적 가치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르다. 통상적인 커리큘럼을 발판으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오랜 기간에 거쳐 형성되는 것에 비해,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작품 가격이 높게 측정이 되고, 실제로 그 가격에 유통이 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는 상당히 안타깝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김동형 작가에 따르면 미술 학문 공부 등 통상적인 커리큘럼을 거친 작가들은 자신의 가치를 규명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인다. 이 부분에서 연예인의 작품들이 논란이 불거진다는 의견이다.

신진 작가들에겐 쉽지 않은 작품 홍보, 스타들에겐 손쉬운 일

또 다른 작가는 전업 작가로서 불안정한 생활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 앞에 섰던 김지현 작가는 "창작을 하면서 소위 '버틴다'는 말을 주로 쓴다.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누구나 미술가는 아니다. 작가들은 작품 홍보를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지만 연예인들은 쉽게 이슈가 된다. 역량과 지위를 이용한 것이다. 또 작가 타이틀로 전시한 후에는 책임감과 부담이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작가는 "중요한 것은 (연예인들의 미술활동이) 취미 미술로 그치는 것이 아닌 그 이후의 행보이며, 직업에 대한 존중과 이해다. 이미 팬덤이 형성된 만큼 작품은 팔린다. 이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들을 이용하는 자본과 경제가 그렇게 돌아간다. 허무한 적도 많았지만, 상업적 가치란 본래 그런 것"이라면서 "연예인들의 작업을 통해 예술품에 대한 가치와 인식이 많이 알려져서 많은 이들이 소비했으면 좋겠다 싶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우다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