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에 사는 자영업자 A씨는 오늘따라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새벽 2시부터 뒤척거리다 5시쯤 갑자기 얀센 백신 접종 예약 기사가 생각나 접속을 시도했다. 이름, 주민번호, 휴대전화 본인 인증을 하고 나서 예약 화면으로 넘어갔다.
집 근처 병원은 예약이 불가능했다. 강릉 시내에 있는 병원에 예약을 시도했더니, '예약 완료' 창이 떴다. 15분 뒤 네이버로 확인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는 6월 10일로 접종 예약을 완료했다. 김씨는 "새벽에 로또를 맞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얀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01만 명분에 대한 사전 예약이 1일 0시부터 시작됐다.
1991년 12월 31일 이전에 태어난 30세 이상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외에 현역 군 간부 가족, 군부대 출입이 잦은 용역 노동자 등 370만 명이 대상이다.
예약 순서에 따른 선착순 접종으로 진행되다 보니 예약 시작과 함께 수만 명의 예약 희망자가 몰려 접속이 지연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한때 예약 대기자가 6만 명이 넘기도 했다.
얀센은 2회 접종이 필요한 다른 백신들과 달리 1회 접종만으로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백신을 맞은 사람은 7월부터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에 따라 5인 이상 집합금지 대상에서 빠진다. 때문에 일명 '골드 깍두기'들은 모임 어디든 합석할 수 있게 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얀센 접종을 예약했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치열한 '광클' 예약 전쟁이 벌어진 탓에 일부 누리꾼들은 이를 '얀센 고시'라 불렀다.
예약에 성공한 접종 대상자들은 "얀센 고시에 합격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예약 완료 사진을 재빠르게 인증했다.
자신의 앞에 대기자가 4만 명이 있었다는 한 누리꾼은 20분 정도 대기해 예약에 성공하자 "추가 합격해서 기쁘다"며 글을 올렸다.
예비군과 민방위 등 접종 대상자들은 갑작스레 백신을 빨리 맞을 수 있게 된 상황에 들뜬 모습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뜻밖의 횡재를 맞은 기분이다", "30대 남자로서 무조건 AZ(아스트라제네카) 남는 거 맞을 거라 생각했는데 얀센이라도 맞아서 다행이다", "군대 다녀온 게 뿌듯하기는 처음이다", "다다음 주 월요일에 예약했다. 이제 조금은 맘 편히 지낼 수 있겠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내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행정 오류로 인해 예약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는 소속 민방위 대원들이 예약이 안 돼 8시간 반 동안 불편을 겪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접종 대상인데도 대상자가 아니라는 안내 창이 떠 예약을 못 했다는 글이 잇따랐다. 백신 예약을 못 한 영등포구 민방위 대원들이 모여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오픈 채팅방을 만들기도 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서울시에 민방위 대원 명단을 보내는 과정에서 403명이 오류가 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며 오전 8시 30분 이후 오류 조치가 복구됐다.
또 의료 보건 종사자 등 기존 백신 대상자들은 얀센 백신 예약을 시도했다가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취소하거나, 얀센 백신을 예약했어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으로 배정되는 등 혼선이 일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30대이고 민방위 대원인데 오늘 얀센 신청하려고 하니 대상자 아니라고 튕겨냈다. 아마 AZ 거부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도 "AZ 대상자였는데 맞기 싫어서 안 맞았다. 방금 혹시나 해서 (얀센 백신 예약을) 해봤는데 AZ로 신청된다. 그래서 그냥 취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예약을 하지 못한 대상자들은 오는 7~9월 일반 국민 대상 접종 계획에 따라 접종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