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교사들이 들떠 있다. 자신이 재직하는 학교가 한국어를 제2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해 곧 정식 수업을 앞두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지진 등 우여곡절 끝에 교사들은 1년간 900시간의 온라인 한국어 교원 양성 수업을 들으며 실력을 쌓았다. 학생들의 기대는 더하다. 필리핀 주재 한국문화원이 해당 지역 17개 고등학교 학생 6,500여 명을 설문한 결과, 73% 이상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했고, 70% 가까이는 한국어가 구직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필리핀 정규 교육 현장의 한국어 수업은 사실 시작 단계다. 필리핀 교육부는 2017년 한국어를 국공립 중ㆍ고등학교의 제2외국어 과목으로 공식 인정했다.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에 이어 여섯 번째다. 한국어 수업은 수도 마닐라가 속한 루손섬의 10개 학교에서 2018년 6월 시작됐다. 이어 루손섬 8개 학교가 추가돼 총 4,000여 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웠다.
코로나19 사태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를 막지 못했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한 학교는 필리핀 전역에 52개로 늘어난다. 올해는 민다나오섬에 있는 10개 학교에 한국어 수업이 개설된다. 최근엔 비사야섬 등 24개 학교가 추가 모집에 뽑혀 내년에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필리핀의 3대 주요 섬인 루손, 비사야, 민다나오에 모두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생기는 셈이다.
한국어 교사는 필리핀 교육부와 한국문화원 면접을 통해 학교마다 두 명씩 선발된다. 영어나 타갈로그어를 가르치는 현지인 언어 교사들이 주로 지원하고 있다. 한류 영향과 구직 활동의 이점 덕에 한국어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지원 교사들의 설명이다.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올해 초 225명을 선발하는 문화원 한국어 수업에 6,520명이 몰렸을 정도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타갈로그어로 된 한국어 교재 개발 및 보조 교재 지원 등을 통해 수업의 질을 높이면서 섬마다 매년 10개 학교씩 한국어 수업을 개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