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투표율을 높이려는 베트남 정부의 집착은 대단했다.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공포가 아닌 높은 투표율을 완성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마지막 장애물일 뿐이었다. 격리 가정 전체를 일일이 찾은 선거 공무원들의 노력은 결국 99.43%라는 믿기 힘든 수치를 만들어 냈다.
총선 전 베트남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심각했다. 지난달 23일 총선 당일 직전 일주일 동안 전국적으로 확진 환자 1,025명이 나왔다. 2일 현재 베트남 누적 확진자가 7,300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다. 그럼에도 정부는 선거를 연기하지 않고 강행하는 선택을 했다. 각 투표소에 방역장비가 총동원된 것은 물론, 유권자들이 코로나19 핑계를 대지 못하게 대규모 출장 투표를 실시했다. 실제 최대 감염 지역인 박장성(省)은 투표 당일 2,300여 개의 이동 투표함을 오토바이와 자전거에 실어 각 마을에 급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자라고 투표에 예외일 수 없었다. 코로나19 환자들이 모여 있는 각급 병원과 군 격리시설, 확진자가 거주했다는 이유로 봉쇄된 아파트에도 공무원들이 대거 투입됐다. 이들은 현장에서 보건 및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군인 등 5~7명으로 팀을 꾸려 투표를 진행했다. 여기까진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다른 나라에서 치러진 선거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는 이후 행보다. 진행팀은 병원 및 아파트 로비에 투표함을 거치한 뒤 마냥 기다리지 않았다. 모든 병실과 격리가정의 문 앞에 서서 유권자 전원이 투표를 마칠 때까지 참관했다. 투표 거부로 인한 충돌도 거의 없었다. 투표와 직무 접점을 찾기 힘든 군인들이 배치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총선이라는 대형 정치이벤트가 끝나자 베트남은 즉시 방역 수준을 격상했다. 모든 비필수 영업시설이 문을 닫았고, 주요 재확산 지역은 성 전체가 사실상 봉쇄됐다. 과거 같으면 최소 열흘 전에는 나왔을 베트남 특유의 강력한 격리책이 총선 탓에 뒤늦게 발동된 셈이다. 하지만 지연된 결단은 결국 화를 불렀다. 총선 직후인 24일부터 일주일 동안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866명에 달했다. 감염병이 지난해 베트남에 상륙한 뒤 최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