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실물경제 반영? 한은 "제대로 반영 못 한 지 오래"

입력
2021.05.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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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제조업 비중 69%지만 실물경제에선 36%에 불과
2000년대 IT버블 기점으로 서비스업 대표성↓

'주가는 실물경제에 선행한다'는 말은 경제학에서 상식으로 통한다. 주식시장을 '투자자들이 동원 가능한 모든 정보를 반영하는 효율적 시장'이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실물경제를 절반도 반영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올 때마다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31일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실물경제 대표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은 제조업의 부가가치는 잘 대표하고 있지만 서비스업, 나아가 전 산업의 부가가치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주가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45.2%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GDP는 0.4% 증가에 그쳤다.

연구를 맡은 김도완 한은 조사국 거시재정팀 과장은 "2015~2020년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8.6%이며 서비스업은 27.3%"라며 "그런데 실물경제인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제조업이 36.3%, 서비스업이 51.4%를 차지했고, 특히 고용 측면에서는 제조업 비중이 18.6%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제조업 분야만을 과대 대표하고 있다는 뜻이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을 기점으로 주식시장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대표성 차이는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기업의 시가총액 비중과 부가가치 비중을 비교 분석했을 때, 2000년대 초반 이후 제조업은 점차 그 괴리가 줄어들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서비스업의 경우 반대 현상을 나타냈다.

특히 최근 5년간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 비중과 부가가치(고용) 비중 간 차이의 합을 보면, 제조업이 23%일 때 서비스업은 40%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치가 낮을 수록 대표성은 높아지므로, 코스피가 제조업을 과대 대표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원인이 IT 업종의 약진에 있다고 봤다. 김 과장은 "IT 서비스업 중 정보서비스 업체 등의 시가총액이 부가가치 비중보다 크게 나타났다"며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IT 업종이 비교적 빠르게 팽창하면서 고용 대표성도 크게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시가총액 상위기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우량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IT 기업이 점차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두 회사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는다"며 "2013년 이후 두 기업을 제외한 기업들의 시가총액에 대한 부가가치 설명력이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총 규모가 큰 몇 개 IT 기업이 전체 산업 경기 변동을 좌우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구조에서는 제대로 된 경기 분석이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김 과장은 "코스피는 우리나라 전체 실물경제보다는 제조업 중심의 상장기업을 대표하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이 서비스업에 유난히 큰 충격이 발생할 경우 괴리가 심해진다"며 "대외 충격에도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예측 면에서 경기선행지표로 주가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때 주가는 전체 경제가 아닌 제조업 생산과 수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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