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연승' 미얀마 풀뿌리 민병대, "무기를 달라, 이길 수 있다"

입력
2021.05.31 17:10
중부 지역 민병대 2개월째 무장 투쟁 
단발 사냥총, 새총 등 구식 무기도 부족 
"사람은 몰려드는데 무기가 없다" 호소 
군부 토벌로 1만5000명 피란민 신세

"젊은이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습니다. 군부만큼 충분한 무기만 있다면 우리가 싸우고 있는 지역 전체를 장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혁명에서 승리할 겁니다."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 주민들은 2월 쿠데타 이후 가장 먼저 무장 투쟁에 나섰다. 승리를 확신하는 이들은 벌써 두 달째 쿠데타 군부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다. 대도시를 제외한 외곽 지역이 사실상 내전에 돌입한 미얀마에서 전과(戰果)가 두드러진 곳이다. 적의 허를 찌르는 게릴라전에서 연전연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군부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라 이달 말부터 대대적인 토벌이 재개됐다. 민병들은 "무기를 지원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프런티어미얀마, 미얀마나우 등 현지 매체가 민병들의 활약상과 지역이 처한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4월 2일 약 100명의 군경과 첫 격전을 벌였다. 반(反)군부 지도자로 부상한 승려가 체포되자 공격에 나섰다. 구식 단발 사냥총과 소수민족 무장단체로부터 구입한 수류탄 몇 개가 무장의 전부였다. 주민 4명이 부상을 당해 잡혀갔으나 세 시간 전투 끝에 군경 12명을 사살했다는 게 민병대의 주장이다. 군인들은 마을에서 물러났다. 군부는 피해 사실에 대해 함구했다.

지역 주민들은 군경이 실탄을 발사하기 시작했을 무렵인 3월부터 자발적으로 무장했다. "쿠데타 당일인 2월 1일부터 무장 혁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능한 한 많은 무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총기는 구식 사냥총, 석궁, 새총이 전부다. 평생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돌보거나 물건을 팔던 중년 남성들은 사격 훈련을 받았다.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은 '풀뿌리 저항군'인 셈이다.

80개 마을 주민들이 민병으로 참여했다. 각 마을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민첩성을 유지하기 위해 10명 단위 등 소규모로 민병들을 배치했다. "군인들의 단속을 피하고 신병 교육을 더 쉽게 하기 위해서"다. 한 마을이 공격을 받으면 다른 마을의 민병들이 달려와 군인들을 포위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민병들은 군부의 호송 트럭이나 선박을 공격하는 게릴라전으로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현대식 무기의 부재가 못내 아쉽다. 민병들의 근거지에서 25㎞ 떨어진 곳엔 헬기와 드론, 대포 등의 지원을 받는 수십 개의 보병대대가 포진해 있다. 반면 민병들은 석궁과 유일한 총기인 단발 사냥총 등 구식 무기조차 부족한 형편이다. 오죽하면 "군부 저항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너무 많아서 무기만 갖춰진다면 쿠데타 군을 강타할 기회가 있다"고 주장할 정도다. 민병들은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5월 초 창설하고 최근 군사 훈련 장면을 공개한 반(反)군부 진영 국민통합정부(NUG)의 시민방위군에게 무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군부의 탄압은 악랄해지고 있다. 마을을 급습한 군인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체포하고 재산을 약탈하는 통에 40개 마을 주민 1만5,000명 이상이 집을 떠났다. 밀림도 안전하지 않아 전투가 발발하거나 특이한 소음만 들려도 계속 달아나야 하는 처지라 밤에 제대로 잘 수도 없다. 최근 일주일 새 포격을 동반한 군부의 잇따른 공격으로 최소 9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 전투 중 희생된 23세 민병대의 만삭 아내가 말했다. "여섯 살인 딸에게 아빠의 죽음을 알리지 못했어요. 딸은 아빠가 여전히 살아서 어딘가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