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개신교 신학자와 목회자가 국회에 모였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최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염원하는 그리스도교인과의 만남’ 간담회에서 이들은 개신교계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세력은 소수라고 주장했다. 극우파를 중심으로 일부 반대파가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을 이용할 뿐, 신도 대다수는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회를 향한 우려가 쏟아졌다. 국회가 반대파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면서 차별과 혐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는 주장이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의 자캐오 신부는 “세계적으로 그리스도교에서 한국 장로교회는 오히려 소수파”라면서 “국내에서는 보수 그리스도인들의 목소리가 전면에 나올 때마다 (국회가) 그들에게 작은 승리의 경험을 주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최형목 민중신학회 회장은 “50, 60대 남성 목사들이 주도하는 교회 구조에서 여론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면서 “교인들의 의견은 상당히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서울과 도시지역의 목사들은 그 점을 알기 때문에 최근 들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주장을 노골적으로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정혜진 기독여민회 연구실장은 “여대에서 강의하는 입장에서 살펴보면 차별금지법 반대 여론을 주도하는 60대 이상 남성들의 의견에 거리감을 보이는 20, 30대가 많다”고 설명했다. 성소수자를 축복했다가 교단에서 정직 판결을 받은 이동환 수원영광제일교회 목사는 “대형교회 목회자가 차별금지법 반대를 설교한다고 해서 5만 명의 성도가 다 따라가느냐, 그건 아니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인 여당과 정치인들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는 “(개신교인의) 문자 폭탄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든지 안다”면서도 “그런 것들을 견뎌내고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의원들을 국회로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은 “총선 당시 기독당 등 우파 정당들은 반동성애·반무슬림·반공을 내걸지만 그들은 원내에 진출하지 못했다”면서 “기독교인이라고 신학적으로 투표하지 않는데 국회의원들이 왜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자캐오 신부는 “신자들 대다수는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면 교회에서 불편해지기 때문에 침묵한다”면서 “이렇게 상황을 재고 있는 침묵하는 다수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자캐오 신부는 “차별금지법에 ‘종교는 예외로 한다’는 조항을 넣어서는 안 된다”면서 “독소조항을 넣는 순간,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던 종교인들만 고립된다”고 덧붙였다.
정치가 종교의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종교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되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말고 정교분리 원칙을 명확히 세우라는 이야기다. 자캐오 신부는 “반대파들이 공격하면 우리들에게 떠넘기고 정치인들은 가던 길을 가면 된다”면서 “우리에게 돌을 맞을 기회를 안 주고 있다”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승렬 소장은 “정치계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왜 종교 문제라는 여론에 귀를 기울이나”라면서 “(문자폭탄 등 압력은) 헌법적 권리를 누리는 시민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종교적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박 소장은 “반대파의 주장은 성소수자와 이슬람 교도, 국가보안법 문제 등과 맞물려 있다”면서 “종교 내부의 교리적 문제는 내부에서 토론하겠으니 민주당은 공포와 폭력에 짓눌리지 않겠다고 당당히 이야기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