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미네소타주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미국 남부에 산재한 수많은 '남부연합' 기념물들이 훼손되고 철거됐다. 남부연합은 1860년대 남부 11개 주가 연방에서 탈퇴해 세운 '아메리카연합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위대는 연합군(남군) 희생자 추모비와 기념탑, 로버트 리 등 남군 지도자의 동상들을 공격했고, 남부연합기도 숱하게 불태웠다. 지난 1월 대선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DC 의사당에 난입해 흔들어대던 바로 그 깃발이다.
대다수 미국인, 특히 흑인에게 남부연합과 연합기는 노예제와 억압, 차별의 상징이다. 하지만 남부 보수주의자들에게 그것은 북부 '양키'들과 차별화한 남부의 전통과 가치를 대변해주는 기념물이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말한다.
1861년부터 4년간 치러진 남북전쟁에서 연방군(북군)은 약 11만 명이 숨졌고, 남군은 26만 명이 전사했다. 패전 직후인 1866년 봄, 조지아주 콜럼버스의 여성추모협회가 전사한 남군들을 추모하는 날을 제정하자고 처음 제안했고, 남부 여러 주와 도시들이 다양한 이름으로, 각기 다른 날짜를 정해 그 제안에 동조했다. 대표적인 게 1916년 남부 10개 주가 공식화한 '남부 연합군 추모의 날(confederate memorial day)'이다. 그날이 연합국 대통령이던 제퍼슨 데이비스(Jefferson Davis)의 생일인 6월 3일이다. 그가 포로가 된 5월 10일을 기념하거나 마지막 전투에서 남군이 항복한 4월 26일을 기념하는 곳도 있다.
전몰장병에 대한 애도 행위는 어떤 계기와 반응하면 가공할 응집력과 폭발력을 발휘한다. 그 잠재적 응집력은 연방주의에 대한 저항, 또는 양키들의 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쉽게 전이되곤 한다. 하지만 연방 정부로서는 각주가 주법으로 정한 기념 행위에 개입하기 힘들다. 그건 법적 권한과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후유증과 부작용 때문이다. 지금도 남부 여러 주에서, 오늘은 앨라배마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청사에서 연방기와 함께 연합기가 내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