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새벽 경북 포항시 북구 두호동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에는 길이가 15㎝도 되지 않는 오징어 수백 마리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 해변으로 떠밀려온 오징어는 동해에서 주로 잡히는 살오징어의 어린 개체였다. 산책을 나온 시민들은 신기한 듯 사진을 찍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알렸고, 일부는 봉지를 가져와 담아가기도 했다.
소식을 접한 경북도 어업기술센터는 오징어의 죽음을 심각하게 바라봤다. 예년보다 일찍 냉수대가 찾아온 탓에 난류어종인 오징어가 급격한 수온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밀려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권기수 어업기술센터 소장은 "해마다 4월부터 5월 말까지는 오징어가 한창 클 때라 어민들도 조업을 못하는 금어기"라며 "동해의 주요 어종인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는데 어린 오징어가 떼로 죽었으니 성어기인 올 가을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동해가 심상치 않은 흔적은 또 있다. 성대와 같은 난류어종들이 방파제 낚시꾼들 손에 한가득 잡힐 정도로 득실대고 있다. 3월과 4월에는 원전 6기가 몰려 있는 경북 울진에서 한울원전 1·2호기가 해양생물 '살파'의 유입으로 열흘가량 발전을 멈췄다. 동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살파 역시 따뜻한 물을 좋아한다.
전문가들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냉수대에 주목하고 있다. 냉수대는 주변 해역에 비해 수온이 5~7도 정도 낮은 찬물 덩어리다. 해마다 동해에는 남풍이 불기 시작하는 5월쯤 나타난다. 올해는 한 달이나 앞선 4월 12일 강원 양양과 삼척 사이 연안에서 발생했고, 이틀 뒤에는 경북 울진과 영덕 연안에 나타났다.
냉수대는 방어와 같은 난류 어종을 키우는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 큰 피해를 입힌다. 특히 냉수대가 반복되면 수온이 급격하게 변화해 한류 어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재일 경북도 어업기술센터 주무관은 "지난해는 경북 동해안에 6월쯤 냉수대가 약하게 감지됐다가 사라졌는데 올해는 두 달이나 일찍 출현했다"며 "냉수대가 빈번하면 모든 해양생물에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수온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때이른 냉수대 출현 등 동해안의 이상현상은 지구 온난화로 일본과 대만, 필리핀 해역인 북서태평양의 수온이 상승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동해 냉수대는 북서태평양의 기후변화로 불어오는 남풍으로 발생한다.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이준수 연구사는 "동해 냉수대는 근래 출현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며 "북서태평양 수온 상승으로 냉수대가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빨리 예측하고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