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시위대의 애꿎은 가족한테 연대책임을 묻고 있다. 시위대를 잡기 위한 인질로 활용하는 것도 모자라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무차별 장기 구금, 형사 처벌도 자행하고 있다. 사실상 시위 연좌제인 셈이다.
30일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양곤에 살고 있는 미응에(64)씨가 28일 군사재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미응에씨는 이달 초 갑자기 집에 쳐들어온 군경에게 끌려갔다. 원래 군경의 체포 대상은 미응에씨의 두 아들이었다. 형제는 군부 반대 저항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들이 집에 없자 군경은 엄마를 잡아가 구금한 것이다.
군부는 계엄령을 핑계로 미응에씨와 변호인의 접견도 차단했다. 아무런 법적 조력도 받지 못하고 군사재판에 넘겨진 미응에씨는 단 하루 만에 심리와 판결이 끝났다. 군부는 미응에씨에게 형법 505조 a항의 선동 혐의를 적용했다. 이는 '군경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진 성명이나 기사, 소문 등을 제작하거나 유포할 경우 최대 3년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응에씨의 구체적인 위법 행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쿠데타 직후인 2월 14일 군부가 해당 법 조항을 개정한 뒤 약 2,000명을 선동 혐의로 기소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시위 주동자나 저항 운동 활동가를 체포하지 못할 경우 그 가족을 해코지하는 군부의 만행이 도를 넘고 있다. 이달 초엔 군경이 남부 몬주(州)의 반(反)군부 시위 지도자 검거에 실패하자 집에 남겨진 그의 아내와 생후 20일 된 아기를 끌고 갔다. 4월에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간부의 행방을 캐묻기 위해 4세 딸과 2세 조카, 13세 처남 등 일가친척 6명을 구금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서에서 군부대로 옮겨진 뒤 반복되는 취조와 다그침에 시달렸다. 아이들은 겁에 질렸다. 2주 넘게 구금된 대학 교수 가족, 사제 폭탄 제조 혐의로 수배 중인 아들을 대신해 고초를 당한 60대 엄마도 있다.
저항의 불길은 거세지고 있다. 일주일 새 양곤에선 2,000개가 넘은 사제 폭탄 및 총기가 압수되고 관련 혐의로 23명이 체포됐다. 군부대 등 친(親)군부 시설을 겨냥한 폭발 사고와 총격전도 잇따르고 있다. 대안 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는 군부에 맞설 시민방위군의 군사 훈련과 열병식 장면 등을 공개하며 전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