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약 탐지견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마리화나(대마) 합법화 지역이 확대되면서다. 애초 대마와 다른 불법 마약 구분 없이 같은 반응을 보이도록 훈련된 탐지견들은 재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은퇴가 불가피하다.
AP통신은 29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州)에서 다수의 마약 탐지견이 조기 은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경찰청에서만 13마리가 떠나고, 각급 경찰서에서도 1, 2마리씩 임무에서 배제된다. 7월 1일부터 버지니아에서 성인 1명당 1온스(28.3g)까지 대마 소지가 허용된 데 따른 조치다.
불법 마약 탐지 능력을 상실하지 않았는데도 탐지견들이 은퇴 수순을 밟는 건 이들이 마약의 유무만 구분할 뿐 종류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마와 코카인, 헤로인을 탐지하도록 훈련받은 경찰견은 세 마약류에 모두 같은 반응을 보인다. 혼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불법 마약만 탐지하도록 다시 훈련시킬 도리도 없다. 돈 슬라비크 미 경찰견협회 이사는 “탐지견은 훈련받은 내용을 잊지 않는다”며 “한 번 대마를 탐지하게 만들었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체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버지니아주 경찰은 대마를 제외한 마약에만 반응하도록 교육받은 새 탐지견을 구매할 계획이지만, 일부 경찰서는 1만5,000달러(1,700만원)가량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마약 탐지견 부서를 아예 해체하는 곳도 없지 않다.
마약 탐지견 조기 은퇴는 버지니아주만의 일이 아니다. 미 전역에서 대마 합법화 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50개 주 가운데 기호용 대마가 합법화된 주는 18개로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들 주에서는 21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담배를 사듯 대마를 구매할 수 있다. 의료용 대마로 범위를 넓히면 합법화 주는 38개로 더 늘어난다. 슬라비크 이사는 “탐지견 은퇴는 미 전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은퇴가 반드시 이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함께 근무하던 ‘동료 경찰’에게 입양되기도 한다. 매사추세츠주의 은퇴 탐지견 ‘맘보’가 그런 경우다. 대럴 하지스 매사추세츠주 컴버랜드카운티 보안관은 “매일 함께 순찰하면 그 개는 우리 일부가 된다”며 “개를 내보내는 건 그래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