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포항 스틸야드엔 10명의 철인이 모였다. ‘황카카’ 황진성(37)부터 김태수(40), 김원일(35), 김재성(38), 박희철(35), 조찬호(36), 배슬기(36), 김대호(33), 김형일(37), 그리고 ‘포항의 신(神)’ 이라 불렸던 레전드 골키퍼 신화용(38)까지. 포항에서 100경기 이상을 뛰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별도의 행사 없이 은퇴했던 선수들을 초청해 벌인 합동 은퇴식 ‘리유니온 데이(Re-Union Day)’ 행사를 위해서다.
이날 포항과 광주의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시작된 합동 은퇴식에서 구단은 선수들의 출전 경기수가 새겨진 기념 유니폼과 기념패를 전달했고, 포항 서포터즈는 북측 응원석에서 이들의 얼굴이 새겨진 ‘통천 세리머니’를 펼쳤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스틸야드를 뜨겁게 달구며 팀에 헌신했던 선수들은 저마다 벅찬 감격을 표현했다.
선수 시절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하고 나타난 황진성은 “고교 졸업 후부터 몸담았던 포항 시절 좋았던 기억이 많아 그 때 그 시절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오늘 모인 10명이 몸을 만들어서 경기를 치러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인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김재성은 “오늘 경기장에 오니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인사해주셔 감사하다”며 “포항이란 팀은 대한민국에서 많은 축구팬들이 지켜보고 있는 팀이며, 열정적인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해병대를 제대한 김원일의 인사가 압권이었다. 해병대 모자를 쓰고 스틸야드에 나타난 김원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장 응원을 나오지 못하는 해병대 후배들에게 “언제나 함께한다는 생각”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장을 오면서 7번 국도를 달리는 감회가 새로웠다”며 “(포항은)삶을 살아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태어나 제철동초, 제철중, 포철공고를 졸업한 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포항에서 뛴 신화용은 “스틸야드가 지어질 때도 옆에서 나는 자라고 있었다”며 “올 때마다 벅찬 감정이 있는 것 같다”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최근 수원삼성에서 은퇴식을 치렀던 신화용은 이날 경기 이후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체제로 돌입하는 후배들에게 “스틸야드에서 그래왔듯, 뜨거운 경기를 한다면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전했다. 그러면서 “포항 성적이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지지해 주신 팬들을, 이제 우리가 응원해가며 살겠다”며 팬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레전드들의 기운을 받은 포항은 이날 후반 43분 터진 송민규(22)의 결승 헤딩 골로 승리를 거두고 승점 3점을 추가, 5위를 유지했다. 4위 전북(승점 30)을 승점 3점차로 추격한 포항은 후반기 선두 경쟁을 내다볼 수 있게 됐다. 2021 ACL 참가를 위해 태국 방콕으로 향하는 포항은 오는 22일 라차부리FC(태국)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