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문한 도쿄 요요기공원은 곳곳에 6월 1일부터 중앙 광장을 ‘도쿄2020 라이브사이트’로 바꾸는 공사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수천 명이 한자리에 모여 올림픽 경기를 대형스크린으로 보면서 응원하는 거리응원무대를 만드는 것이다. 애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전에 계획됐으나, 지금도 중단하지 않고 진행 중이다.
공사 예정지는 주황색 천으로 된 펜스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 펜스는 코로나19 감염 방지 대책으로 사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쳐 놓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 사람을 모으는 공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도쿄에서 일하며 요요기공원을 자주 방문하는 미국인 경영 컨설턴트 로셸 콥씨가 이 계획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해 10만 명(28일)을 돌파했다. 거리두기와 자숙을 요구하고, 음식점과 상점에는 영업시간 제한과 주류 판매 금지 등을 요청하면서 정작 한쪽에선 수천 명이 모이는 응원장을 만드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분노했기 때문이다.
콥씨가 서명운동 사이트에 게재한 이 계획의 원안을 보면, 도쿄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올림픽을 보러 오는 관중이나 여행객 등이 넒은 공원에 한데 모여 경기를 보고 응원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루에 무려 3만5,000명이 찾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요요기공원의 건설 예정지에 높이 8m 이하의 나무를 베어내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콥씨는 반대서명을 독려하며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감염이 확대되고 있으며, 백신 접종 속도도 느린 상황에서 응원장을 만들어 수천 명의 사람을 모으는 것 자체가 현명하지 않다”며 “이미 코로나19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격감했으니 응원장이 필요하지 않은데 굳이 많은 나무를 베어내 형태를 영구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다.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유명한 성우 오가타 메구미 등 유명인들도 잇따라 트위터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여론이 격앙되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와 방문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 사전 신청을 받아 제한할 것인지 등 여러 가지 궁리를 하면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렌호(蓮舫) 입헌민주당 참의원 의원은 같은 날 트위터에 도쿄도가 입장자 수를 줄이는 등 감염대책을 세워 강행하겠다고 한 기사를 링크한 후 “‘한번 결정하면 돌진한다’는 자세는 잘못이다. 멈추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콥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의 조직문화상 일단 계획이 세워져 움직이면 주위 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중지하거나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계획을 계속하기로 한 것이 바로 그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