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 모양의 콩팥은 우리 몸에 2개가 있다. 둘 다 합해도 300g 정도로 주먹 크기의 작은 장기다. 하지만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의 20~25%, 하루 200리터 혈액을 걸러주는 ‘생명의 필터’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성콩팥병은 콩팥 손상으로 인한 콩팥 기능 감소가 3개월 이상 지속하는 상태를 말한다. 콩팥 손상이 증상 없이 발생할 때가 많아 방치되면 만성콩팥병이 될 수 있다.
2018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에서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2.4%(남자 3.7%, 여자 1.7%)이며, 70세 이상 고령자에서 15.1%(남자 17.9%, 여자 13.3%)로 높다. 만성콩팥병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는 2018년 22만여 명에서 2019년 25만여 명으로 만성질환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10.1%)을 보였다. 진료비도 2018년 1조9,472억 원에서 2019년 2조1,019억 원으로 7.9% 늘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발생 위험이 크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크며, 투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입원할 확률도 3배나 높고, 만성콩팥병이 진행될수록 심혈관계나 뇌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10~30배 높아진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당뇨병을 앓고 있는 말기 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9.9%로 암 환자의 평균 생존율 64.1%보다 낮다.
만성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이고, 뒤를 이어 고혈압, 사구체신염 순이다. 이 세 가지 원인이 전체 원인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이 밖에 혈관 질환, 요로기형, 요로결석, 요로폐쇄, 감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만성콩팥병이 생길 수 있다.
만성콩팥병 초기 단계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콩팥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될 때까지 모르고 지낼 수 있다. 증상으로는 오심, 구토, 식욕 감소, 피로감, 쇠약감, 다리ㆍ발 부종, 숨참, 가려움 등이다.
당뇨병ㆍ고혈압ㆍ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콩팥 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하거나, 비만이거나, 고령이라면 만성콩팥병 고위험군이다. 고위험군에 해당되면 정기적으로 혈액ㆍ소변검사를 통해 콩팥 기능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만성콩팥병을 진단하려면 병·의원에서 문진ㆍ진찰한 뒤 콩팥 기능을 살펴보기 위한 혈액ㆍ소변ㆍ초음파검사 등을 받고, 필요하다면 콩팥 조직 검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만성콩팥병은 신부전과 심혈관 질환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투석이나 콩팥 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으므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에서는 만성콩팥병 예방 관리 생활수칙 9가지를 권고하고 있다. ①음식은 싱겁게 먹고, 만성콩팥병이 있으면 단백질은 가급적 섭취를 줄인다 ②담배는 반드시 끊고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이하로 줄인다 ③고혈압ㆍ당뇨병을 꾸준히 치료한다 ④칼륨이 많은 과일과 채소의 지나친 섭취를 피한다 ⑤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⑥정기적으로 소변 단백뇨와 혈액 크레아티닌 검사를 한다. ⑦콩팥 상태에 따라 수분을 적절히 섭취한다. ⑧주 3일 이상 30분~1시간 정도 적절한 운동을 한다. ⑨꼭 필요한 약을 콩팥 기능에 맞게 복용한다.
만성콩팥병은 생활 습관 개선으로 상당히 예방할 수 있다. 조기 발견하면 투석ㆍ이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에 정기 검진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