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공무원 노조 "9월 보건소 인력 충원? 버스 지나가고 손 드는 꼴"

입력
2021.05.28 21:22
공무원노조 부산본부장 "간호 공무원, 휴식 간절"
"극단적 선택 공무원, 암담한 현실에 좌절한 듯""
동료들과 나눈 대화만 봐도 심리적 압박 느껴져"

부산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업무 담당 간호직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28일 보건소 인력 충원과 근무 여건 개선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장은 "버스 지나가고 손 흔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박 본부장은 이날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 박형준 부산시장이 발표한 보건소 정규직 134명 채용 발표에 대해 "원래 공고가 나와 있는 상황이고 9월 1일 최종 발표 후 발령을 조금 당겨서 내겠다는 것"이라며 "가장 바쁠 6~9월이 지나 인력이 충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함께 발표된 한시 보조 인력 채용 계획에 대해서는 "간호직렬 임시직은 백신 접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본부장은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 전 동료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새벽 시간, 주말 할 것 없이 하루 24시간 어떻게 확진자가 나오는지, 검사 결과가 어떤지를 보면서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끼고 퇴근하더라도 계속 거기에 대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며 "사고 원인이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업무상 재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인은 코로나19로 자기 본연의 보건 업무도 해야 하고 추가로 코로나19 관련 업무도 해야 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희망과 끝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에 절망한 것 같다"며 "미리 헤아리고 챙겨주지 못한 남아있는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보건소 공무원들은 백신 접종, 코로나19 진단검사, 자가격리, 역학조사 등 여러 가지 업무를 다 한다"며 "자기 일은 자기 일대로 하고 차출돼 가서 또 다른 일을 해 주는 게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니 확진자가 생기면 주말에도 쉬지도 못하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보건소 근무 여건을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가 계획한 134명 보건소 정규직 충원은 9월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당장 야간과 주말 근무 형태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게 박 본부장의 주장이다.

그는 "재난 안전이나 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노동자의 휴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주 50시간 근무 원칙을 지키고 주말과 야간 근무에는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현재는 주말·휴일에도 오후 6시까지 하는 코로나19 검사를 오전에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주말에 백신 접종은 하고 있지 않지만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 주말과 휴일에도 하려고 들 수 있다"며 "주말에는 반드시 충전의 시간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은 금전적 보상 체계와 관련해서는 "간호사 의료 업무 수당 같은 경우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수당을 지급하고 같은 의료 업무 종사자여도 그렇지 못한 경우는 받지 못하는 불공평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자괴감을 갖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이 너무 오래돼 지금은 아무리 금전적 보상을 많이 해 주더라도 휴식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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