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말 좀 들어보세요"… '상위 2% 종부세' 정면돌파 나선 김진표

입력
2021.05.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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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8일 KBS·MBC·CBS 라디오에 연이어 출연했다. 인터뷰만 하루에 '세 탕'(3차례 출연한다는 의미의 방송계 은어)을 뛴 것이다. 그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을 상위 2%로 축소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보고했다.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부자감세’ ‘부동산 역주행’ 등의 반발이 쏟아지자, 김 위원장이 개편안의 취지를 직접 설명하며 대국민 여론전에 직접 나선 것이다.

부동산 특위는 왜 ‘상위 2%’ 안을 내놨을까?

김 위원장은 28일 ‘상위 2% 과세안’을 내놓은 배경을 집중 설명했다. 현행 세법상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는 시세의 60~70%인 주택 공시가격에서 9억 원(2주택 이상은 6억 원)을 빼고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90%)을 곱해 과세표준을 결정한 후 세율을 곱해 산출한다. 지난 12일 출범한 특위는 종부세 개편안으로 ①공제 기준을 9억→12억 원으로 높이거나 ②상위 2%까지만 세금을 부과하는 안을 검토했다. 국민의힘은 24일 ①안을 당론 채택했고, 특위는 27일 의원총회에서 ②안을 최종안으로 보고했다.

특위가 개편이 용이한 ①안을 택하지 않은 배경은 이렇다. 현재 1주택자는 양도세(시가 9억 원까지 비과세), 재산세(공시가격 9억 원까지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여기에 종부세 기준까지 9억→12억 원으로 높이면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 판단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종부세 개편에 착수한 건 중산층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①안처럼 공제액을 높이면 실거래가 50억 원 초고가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이들도 감면 혜택을 누리게 된다.

반면 ②안은 이런 부작용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1주택자냐, 다주택자냐와 관계없이 보유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해 줄을 세운 후 상위 2%까지만 종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징벌적 과세를 물려 가격 안정을 유도하는 종부세 도입 취지에도 부합한다. 김 위원장은 CBS 인터뷰에서 “제도가 아주 심플해진다”며 “(집값이 올랐을 때) 종부세 기준을 올려야 되느냐 논쟁을 안 해도 된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개편안이 단순한 ‘부자감세’가 아니라, 세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한 ‘개혁안’이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종부세 여진… “우리 당이 언제부터 3.7%를 위한 당이었나”

하지만 특위의 개편안이 민주당 당론으로 추진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난제는 당내 반발이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28일 BBS 인터뷰에서 “자산 격차가 날로 심해지고 있는데 고가 주택과 자산을 갖고 계신 분들이 그에 맞게 세금을 내는 것을 흐트러뜨리면 불로소득 전성시대를 열 수 있다”고 했다. 신동근 의원도 “민주당이 언제부터 상위 3.7%(올해 전체 주택 중 종부세 부과 대상)를 위한 정당이었는가”라고 했다. 27일 의총에서도 “당의 가치가 흔들린다”(진성준), “집값 안정이 정책 목표인데 세금 완화로는 안 된다”(고민정) 등의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상위 2%에 해당하는 공시가격 기준이 공개되면 ‘부자감세’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약 11억5,000만 원 정도에서 2%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1주택자 기준이다. 다주택자까지 포함한 상위 2% 기준금액은 훨씬 커질 공산이 크다. 특위 소속 한 의원은 “정확한 추계가 아직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개편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매년 부과 기준 금액이 바뀌기에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조세 법률주의상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배될 공산이 크다”며 “집값이 떨어질 땐 종부세 대상자로 보기 어려운 이들도 상위 2% 기준에 따라 세금을 내게 되면서 부유세 성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27일 의총에서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도 “집값이 떨어질 땐 어떻게 하느냐”는 취지로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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