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국면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2일 문재인 정부의 '구원 투수'로 차관에 임명됐지만, 임기 내내 제기된 폭행 논란에 발목이 잡혀 반년을 넘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이 차관은 이날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사의를 밝힌 사실을 공개한 뒤, "법무·검찰 모두 혁신과 도약이 절실한 때이고, 이를 위해 새 일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청와대는 조만간 이 차관 사표를 수리하고 법무부와 후임 인사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30일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윤석열 징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지 이틀 만에 임명됐다. 윤 전 총장 징계위원회 당연직 위원이었던 고 차관이 사퇴하면서 징계위 개최가 어려워지자, 청와대는 서둘러 이 차관을 발탁했다. 판사 출신인 이 차관은 2017년 8월 비(非)검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돼 지난해 4월까지 박상기·조국·추미애 장관을 보좌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도 꼽혔다.
이 차관은 그러나 임명 직후부터 각종 구설에 휩싸였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피의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변호를 맡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던 게 대표적이다. 결정타는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었다. 이 차관이 변호사 신분이던 지난해 11월 6일 밤 자택 앞에서 만취 상태로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았지만 경찰의 정식 수사를 받지 않아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경찰은 합의를 해도 처벌 가능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입건하지 않고, 형법상 폭행 혐의만 적용해 '처벌 불원'을 이유로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이후 검찰과 경찰 수사로 폭행 당시 택시가 운행 중이었던 정황, 이 차관이 기사에게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한 사실, 이 차관이 고위공직자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경찰에서 알고 있었던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
경찰은 이 차관이 택시기사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차관 수사를 맡았던 서초경찰서의 부실수사 의혹에 대한 수사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당초 경찰은 이달 말 수사를 마무리한다고 밝혔지만, 이 차관 소환 조사 일정이 미뤄지며 수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주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22일 이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 차관의 특가법 위반 혐의가 성립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조만간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경찰 수사 일정과 무관하게 사법처리 시기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소환조사를 마쳤고, 이 차관이 사의를 밝힌 점을 고려하면 검찰 수사결과도 빠른 시일 내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