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정식 취임이 기정사실화하면서 검찰이 중대 변화의 기로에 놓였다. 단순히 ‘김오수 체제’로의 전환 때문은 아니다. 법무부 주도로 ‘형사부의 직접수사 대폭 제한’이라는 방향으로 검찰 조직이 확 바뀔 수 있는 데다, 조만간 단행될 대규모 검찰 인사를 통해 ‘친정권 성향’ 인사들의 요직 배치 등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퍼져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또다시 정면 충돌하는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높아 전운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찰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동시에 검찰 인사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하기도 전인 27일, 검사장급 인사 논의를 위한 검찰인사위원회를 연 게 단적인 사례다. 먼저 검찰 조직 개편 작업을 마무리한 뒤, 그에 따라 ‘속전속결’로 구체적인 검찰 인사안도 마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법무부가 마련한 ‘조직 개편안(案)’에 대한 검찰의 반발 기류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보내 ‘이달 말까지 의견을 달라’고 요구한 개편안에서 논란이 되는 지점은 △반부패수사부서의 강력부 흡수 통합 △서울중앙지검 이외 전국 검찰청 형사부 검사의 ‘6대 중대범죄’ 직접 수사 땐 검찰총장 또는 법무부 장관의 승인 필요 등이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다. 대부분은 “이미 직접수사 범위가 6대 범죄로 한정됐는데, 법무부의 조직 개편안대로라면 직접수사가 더 힘들어져 결국 ‘수사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다. 대검은 전날 서울중앙·남부·북부지검, 수원지검 등에 이어 이날까지 전국 모든 검찰청으로부터 공식 의견서를 제출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주말 동안 내부 정리 작업을 거쳐 다음주 초쯤 법무부에 ‘검찰 의견’을 회신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법무부 안에 반대하는 데에는 특히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법무부가 검찰을 틀어쥐고 정권 겨냥 수사를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깔려 있다. 최근 들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형사부에서 맡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연루된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ㆍ유출 의혹’(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수원지검 형사3부) 등이 대표적이다.
이르면 다음주로 예상되는 검찰 인사에 대한 걱정도 상당하다. 주요 보직을 현 정부에 우호적인 간부들로 채워 정권을 겨냥한 수사의 ‘방패막이’로 삼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추미애 시즌2’ 인사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실제 이날 조상철 서울고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 고위직 간부들의 줄사표도 점쳐지고 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박 장관이 ‘인사 적체’를 지적한 건 검사장급 이상 인사 폭을 늘리기 위해 최대한 ‘나가라’라는 신호”라며 “그 자리들을 과연 누가 채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현안에 대한 대검의 ‘기소 보류’ 지시도 미묘한 신호로 해석되고 잇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한 대전지검은 최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기소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했다. 수원지검도 이광철 비서관 기소 방침을 정하고 대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은 “신임 검찰총장 판단을 받는 게 좋을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대전지검에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월성원전 사건에 대해 최종 결정을 미룬 셈인데, 여기엔 ‘증거관계가 명확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검찰 내에선 우려가 적지 않다. 지방검찰청 한 간부는 “대검이 판단을 미루는 사이, 대규모 인사와 함께 현 수사팀이 와해되고 ‘정권보호용’ 수사팀이 새로 구성될 수도 있다”며 “사실상 이번 정권에선 두 사건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