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폐지된 공무원 특공...급등한 세종 집값 안정에 도움될까

입력
2021.05.28 21:00
당정청, 특별공급 제도 폐지 결정
특공 물량 일반분양으로 전환돼도 공급 확대 효과 적어 가격 안정 효과 없을 듯
임차수요 늘어날 수 있어도 전·월세 가격 영향 미미

세종시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제도가 폐지되면서, 급등세를 이어오던 세종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특공 물량의 일반분양 전환으로 주택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전환 물량이 적어 가격 안정에까지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반분양 경쟁률의 20분의 1 수준인 특공, 일반분양으로 공급확대 역할할까

28일 세종시 부동산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특공 제도 폐지로 지역 주민 청약 당첨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 섞인 글이 올라오고 있다.

관평원 직원 5명이 당첨된 한뜰마을6단지 인근의 공인중개사 A씨는 "특공 아파트 다수는 입지 조건이 좋은 신축 아파트라 지역 주민들도 탐내던 곳들"이라며 "특공이 폐지돼 일반분양으로 풀리면 실수요자를 위한 청약 경쟁률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 아파트의 23.6%를 차지하는 특공 아파트의 평균 경쟁률은 7.5 대 1로, 일반분양(153.1 대 1)보다 크게 낮았다. 심지어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특공 경쟁률이 1 대 1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 한국부동산원이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산울동에 위치한 아파트 2개 블록에서 특공 아파트 23가구가 경쟁자 없이 당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공, 일반 물량으로 풀든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든 집값 안정 효과는 의문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공으로 잡혀있던 물량이 일반분양으로 풀린다고 해도 세종 부동산의 가격 안정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압도해, 특공 물량 정도로는 세종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턱없이 부족하단 이유에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종 공급물량이 1만3,000가구에 불과하고 당장의 입주 물량도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특공이 풀린다 해도 공급 확대 효과는 미미해 가격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거상 아실 대표도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며 공급에 비해 청약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가열된 세종 집값을 특공 물량 공급이 꺾을 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공 아파트가 공무원을 위한 '장기임대 공공주택'으로 전환돼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장기임대 공공주택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특공의 대안책으로 제시하는 모델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주택은 사고파는 것이 불가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거래 물량의 감소로 이어져 결국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짚었다.

전·월세 수요 늘 수 있지만 가격 상승은 부담스러운 수준 아닐 듯

집값이 높은 세종에서 저렴한 자가 소유가 어려워진 이전 공무원들이 임차 매물로 몰리며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우려도 있다. 당장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특공을 받고 있거나 이전을 추진 중인 기관에서 쏟아질 임차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전·월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박합수 위원은 "정부세종청사 인근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50% 중반대로 매우 낮은 편"이라며 "임차수요가 다소 늘어난다고 해도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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