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세일' 마트에만 있다? 소비기한 남기고 파는 '떨이 시장' 뜬다

입력
2021.05.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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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임박해도 소비에 문제없는 상품
할인율 최대 90%대…편의점 등 적극 도입

고공 행진 중인 밥상 물가에 소비자들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작황 부진에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로 지난해 4월보다 2.3% 올랐다. 2017년 8월(2.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는 알뜰족이 늘어나자 유통업계는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품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의 60~70%를 유통기한으로 설정한다. 소비기한은 이보다 긴 80~90%다. 유통기한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소비기한은 남아있어 섭취해도 안전상 문제가 없는 상품을 파격적인 할인가에 판매하는 전략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기한 임박상품 할인 판매에 나서는 유통 채널이 증가하고 있다. 줄어든 외식수요에 대응하고 식품 폐기 비용을 고려하면 할인을 해서라도 판매하는 게 비용 효율화에 도움이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형마트가 장사를 끝내기 직전 싸게 파는 것처럼 유통기한 마감세일 개념을 도입한 셈이다.

편의점 CU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나 판매가 부진한 상품을 최대 40% 할인 판매하는 '그린 세이브'를 전국 매장으로 확대 중이다. 지난해 10월 그린 세이브 매출은 3개월 전 대비 16배, 판매 수량은 15배 늘었다. 주로 3, 4인 가구가 밀집한 주택가 점포에서 그린 세이브 매출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 역시 유사한 '라스트 오더'를 적용 중이다. 지난해에만 라스트 오더로 약 95만 개 제품을 팔았고 폐기비용 24억 원을 아낄 수 있었다. 지난해 1월, 1억 원 수준이던 라스트 오더 거래액이 12월에는 8억 원대로 뛰었다.

파격적인 할인율을 적용하는 곳도 있다. 재고전문몰 리씽크는 최대 99% 할인가로 파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폐점 편의점에서 확보한 재고를 포함해 화장품부터 면세점에서 구매하던 건강기능식품까지 품목이 다양하다. 따로 유통기한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단순 변심으로 반품됐거나 매장에 전시됐던 세탁기, 가구 등을 저렴하게 파는 '리퍼브' 제품 취급 매장도 2017년 100여 개에서 지난해 400여 개로 늘었다.

리씽크 관계자는 "장바구니 물가가 높아 부담이 가중되면서 파격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며 "식품의 경우 소비를 해도 안전상 문제가 없는 기한인 소비기한 안에 섭취하면 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기업은 비용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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