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는 스스로를 스포츠카 브랜드라 자처하며 모터스포츠, 그리고 브랜드 헤리티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F-타입의 존재는 무척이나 중요하고 또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최근 국내 시장에 데뷔한 뉴 F-타입의 최고 사양이자 오픈 에어링의 매력을 누릴 수 있는 존재, F-타입 R 컨버터블은 어쩌면 ‘브리티시 스포츠카’를 가장 잘 설명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F-타입 R 컨버터블과 함께 강원도 인제에 자리한 테크니컬 서킷, ‘인제스피디움’을 찾았다. 과연 575마력의 재규어는 강원도의 험준한 서킷 위에서 어떤 매력과 가치를 설명할 수 있을까?
재규어의 매력적인 오픈 톱 스포츠카
재규어 F-타입 R 컨버터블은 말 그대로 F-타입의 고성능 사양이며, 또 오픈 톱 모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려한 매력, 그리고 대담한 성능, 그리고 고급스러운 각종 디테일을 품고 있는 차량이다.
참고로 F-타입 R 컨버터블의 체격은 4,470mm의 전장을 시작해 각각 1,923mm 및 1,307mm의 전폭과 전고로 이어진다. 이외에도 2,622mm의 휠베이스를 갖췄고 V8 엔진 및 AWD 시스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1,875kg의 공차중량을 갖췄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취향에 따라 그 매력의 정도가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감상을 끌어낸다. 날렵하게 다듬어진 프론트 엔드와 깔끔한 측면, 그리고 재규어 본연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각종 디테일이 더해져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특히 후면 디자인은 F-타입 R 컨버터블은 물론 재규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드러낸다. 또 네 바퀴에 자리한 20인치의 알로이 휠과 붉은색의 큼직한 브레이크 캘리퍼 역시 ‘퍼포먼스’에 대한 재규어의 자신감을 확실히 선사한다.
고급스럽게 다듬은 공간
575마력의 강력한 성능만 떠올린 이들에게 또 다른 만족감을 선사하는 부분은 단연 실내 공간이다. 깔끔하게, 그리고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재규어 특유의 공간은 일상은 물론이고 서킷 위에서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디지털 클러스터나 스티어링 휠, 센터페시아의 디테일은 물론이고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시트 역시 만족스럽다. 특히 시트의 경우에는 헤드레스트 일체형으로 제작되어 ‘스포츠카’의 감성을 잘 살리는 모습이고 운전자의 몸을 잘 지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급격한 코너에서도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V8 엔진을 품은 브리티시 스포츠카
앞서 설명한 것처럼 F-타입 R 컨버터블은 말 그대로 강력한 성능을 무기로 앞세웠다.
유려한 보닛을 들어 올리면 최고 출력 575마력, 그리고 71.4kg.m에 이르는 풍부한 토크를 제시하는 V8 5.0L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을 마주할 수 있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 그리고 AWD 시스템이 더해진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F-타입 R 컨버터블은 정지 상태에서 단 3.7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속 300km에 이르는 높은 최고 속도를 확보했다. 참고로 효율성 역시 복합 기준 8.0km/L(도심 6.9km/L 고속 9.9km/L)로 준수하다.
테크니컬 서킷, 인제스피디움
국내 자동차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면 아직 모터스포츠 시장의 규모, 그리고 모터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아쉬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러한 대한민국에 자리한 세 개의 주요 서킷은 정말 어떤 시장에 내놓아도 부끄러움이 없는 수준 높은 서킷이다.
강원도 깊은 산골, 그러나 수도권에서 두 시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인제스피디움 역시 마찬가지다. 그 규모로는 중형 서킷 수준이지만 코스의 형태와 구성 요소, 그리고 리듬감 등을 고려하자면 정말 우수한 ‘퀄리티’를 느낄 수 있다.
고저 차이는 물론이고 복합 코너가 즐비하게 자리한 만큼 인제스피디움은 ‘어설픈 차량’에게 우수한 기록을 선사하지 않고 또 ‘경험이 없는’ 드라이버에게는 악몽과 같은 일들을 곧잘 선사한다. 물론 그렇기에 F-타입 R 컨버터블을 경험하고 또 평가하는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일전 재규어 본사에서 파견 나왔던 외국인 인스트럭터 역시 인제스피디움의 난이도에 감탄하던 일화도 있었다.
편안하게 서킷을 누비는 재규어
인제스피디움에서의 F-타입 R 컨버터블을 보다 제대로, 상세하게 경험하기 위해 처음에는 노멀 모드로 주행을 시작했다. 일반 도로에서 충분한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서킷은 분명 주행 환경과 상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575마력, 그리고 71.4kg.m의 토크는 서킷 위에서 마치 날뛸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그 어떤 상황보다 편안하게 전개되고, 또 존재감을 제시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무척 오랜만의 레이아웃, 복합적인 구성을 복기하는 시간 동안 ‘보다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편안하다고 표현하더라도 충분히 빠르고 또 강렬했다. 실제 탁 트여있는 직선 구간에서는 언제든 운전자가 원하는 영역까지 가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속되어 있는 차량을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동 성능까지 함께 누릴 수 있었다.
물론 변속기 자체가 워낙 부드럽게, 그리고 또 편안하게 다듬어 주는 편이었지만 어지간한 차량들을 추월하고, 또 코너로 파고들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사실 노멀 모드로도 평균 이상의 주행, 빠른 페이스를 충분히 구현할 수 있어 그 만족감이 더욱 높아졌다.
여기에 차량의 선회 능력 역시 탁월하다. 짧은 전장을 가진 만큼 선회력이 상당히 뛰어났고 제법 무거운 공차중량이 걱정되었지만 강력한 성능이 이러한 우려를 지우며 연이은 코너에서 날카롭고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니 앞으로 이어질 ‘다이내믹 모드에서의 주행’이 더욱 기대되었다.
F-타입 R 컨버터블의 사운드, 인제스피디움을 가르다
노멀 모드로 충분히 인제스피디움의 노면 상황을 파악하고 그리고 차량의 성능을 재확인하고 드라이빙 모드를 다이내믹 모드, 그리고 변속 모드 역시 스포츠 변속으로 바꿔 ‘본격적인 달리기 준비’를 시작했다. 모드 변경과 함께 RPM을 한껏 높게 사용하고 등 뒤에서는 강렬한 사운드가 울려 퍼지며 ‘출력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시작했다.
마지막 코너를 길게, 마치 미끄러지듯 흘러 나온 후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는 순간 ‘노멀 모드’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감을 느끼게 되었다. F-타입 R 컨버터블은 인제스피디움의 내리막 직선 구간에서 말 그대로 온 힘을 다해 강렬한 사운드를 토해냈고, 계기판의 숫자들은 노멀 모드와는 완전히 다른 속도로 ‘변화’를 이어가며 1번 코너로 향해 질주했다.
곧바로 이어지는 제동, 100% 전력을 다한 제동은 아니지만 출력을 억제하는 강력한 힘이 느껴졌고, F-타입 R 컨버터블을 곧바로 속도를 줄이며 1번 코너의 독특한 탈출 라인을 향해 프론트 엔드를 움직였다.
이어지는 오르막을 마주하고 실수가 있었다. 1번 코너 진입 상황에서 의도보다 너무 많이 속도를 줄인 것이다. 강력한 성능보다 더 중요한 ‘강력한 제동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고, 결국 다시 한 번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며 오르막 구간을 능숙히 통과했다.
인제스피디움의 특성은 바로 ‘하나의 큰 코너’ 보다는 연이은 코너가 운전자를 긴장시키게 하고, 또 이러한 연속된 코너 중에 연석과 역 뱅크 구조가 운전자의 기량, 자동차의 완성도를 시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F-타입 R 컨버터블은 너무나 능숙했다. 마치 인제스피디움에서 다듬은 차량인 것처럼 연석 위를 지날 때부터 각종 코너를 지날 때에 분명 대담하고 강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 속에서 안정적이고 차분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실제 다이내믹 모드는 노멀 모드에 비해 더욱 탄탄하게 조여진 하체 질감, 그리고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각종 요소를 마주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F-타입 R 컨버터블은 ‘서킷 위 여러 요소’로부터 운전자를 여전히 편하게 보좌하며 ‘주행의 즐거움’ 그리고 재규어의 스포츠 드라이빙이 무엇인지 입증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높은 페이스로 인제스피디움을 질주하고 싶었고, 마침 한 운전자가 F-타입 쿠페 사양으로 함께 트랙을 달리며 또 다른 ‘자극’을 주었지만 차량의 컨디션, 그리고 타이어의 관리를 위해 차량을 평가할 수 있는 만큼만 주행을 하고 곧바로 피트로 복귀했다.
서킷 위에서도 상냥한 영국의 신사
재규어 F-타입 R 컨버터블은 말 그대로 영국에서 온 신사였다.
사실 일상적인 시승에서도 이미 강력한 성능을 품고 있지만 그럼에도 편안하고 따듯하고, 그리고 또 상냥함을 느낄 수 있었음을 설명했지만 이러한 성격이 서킷 위에서도 그대로 이어질지는 몰랐다. 특히 ‘노멀 모드’와 다이내믹 모드의 차이를 그렇게 명확히 드러내면서도 ‘여전히 상냥함을 잃지 않는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러한 성격, 성향은 ‘절대적인 빠름’을 구현하기에는 방해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성격 덕분인지 F-타입 R 컨버터블은 수 차례의 서킷 주행을 마치고, 또 서킷에서의 여러 일정을 마친 후로도 큰 부담 없이 ‘서울까지의 복귀’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시했다.
촬영협조: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인제스피디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