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누구나 한번쯤 불러본 이 노래의 곡명은 ‘비목(碑木)’이다. 들을수록 애잔한 이 가곡의 기원은 1960년 중반 강원도 화천 백암산 비무장지대 내 7사단 소초(GP)에서 비롯된다. 당시 소대장이자 시인이었던 한명희씨는 소초 인근을 수색 중 이끼가 잔뜩 낀 나무로 만들어진 비목과 그 위에 놓여진 녹슨 철모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무명용사의 묘임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때마침 노을이 번지는 돌무덤을 보면서 무명용사의 넋을 위로하는 글을 남겼는데, 이 글이 바로 ‘비목’의 가사가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비목’은 점점 잊히는 노래가 되었다. 지금은 화천 평화의 댐 한 켠에 한국전쟁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비목과 노래비만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안개가 자욱한 평화의 댐을 배경으로 애처롭게 서 있는 비목을 보면서 돌아오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와 묵념을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