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뚫고 대중음악 공연 돌아온다

입력
2021.05.28 04:30
20면


대중음악 콘서트에 목말라 있는 이들에게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있다. 작은 모니터 화면으로 보는 랜선 공연이 아니다. 듬성듬성 앉아서 보는 거리 두기 공연도 아니다. 몸과 몸이 부딪히며 즐기는 대규모 오프라인 공연 이야기다. 공연장을 가득 채울 스타 음악가들의 콘서트와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코로나19를 뚫고 2년 만에 돌아온다는 반가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아직은 먼 나라 상황이지만 국내에서도 여러모로 상황이 개선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성인 백신 접종률이 50%에 이르는 미국에선 요즘 공연기획자들이 모처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국 대표 뮤직 페스티벌 중 하나인 롤라팔루자는 최근 7월 29일(현지시간)부터 8월 1일까지 나흘간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열리는 공연 일정을 발표했다. 푸 파이터스, 포스트 말론, 마일리 사이러스 등 150개 이상의 팀이 출연을 확정 지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오스틴시티리미츠 뮤직 페스티벌도 10월 오프라인 행사를 확정하고 빌리 아일리시, 스티비 닉스, 에리카 바두 등의 출연진 명단을 발표했다. 빌리 아일리시, 킹스 오브 리온, 제이슨 므라즈 등 정상급 가수와 밴드들도 이달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투어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7% 선인 국내에서도 모처럼 대형 공연장 콘서트와 야외 페스티벌 개최 소식이 들리고 있다. 실내 공연의 경우 대중음악만은 100명 이하 제한이 있어서 다른 장르와 혼합하는 크로스오버를 통해 2,000명 안팎으로 확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공연기획사 민트페이퍼는 야외 음악 축제인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을 내달 26,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기로 확정했다. 이하이 정준일 데이브레이크 소란 페퍼톤스 폴킴 등이 출연하는데 야외 음악 축제로는 2019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이후 1년 8개월 만에 열린다. 공연계 최초로 신속 진단키트를 도입해 현장에서 바로 모든 관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후 진행할 계획이다. 기획사 관계자는 “스탠딩존을 없애고 거리 두기 좌석제로 예년의 40% 수준만 관객을 받을 것”이라면서 “일행을 4명으로 제한하고 행사장 내 음식 섭취도 금지하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2, 13일에는 실내 공연장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십센치, 자이언티, 넬, 라포엠, 이석훈 등이 출연하는 크로스오버 뮤직 페스티벌 ‘혼라이프 뮤직 크로스오버’가 열린다. 록 밴드 자우림은 같은 공연장에서 음악 편곡을 크로스오버 형식으로 바꿔 18~20일 콘서트를 연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인기 트로트 가수들의 공연도 속속 재개된다. ‘미스터트롯’ 톱6 전국 투어는 내달 3~6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고양 대구 광주 부산으로 이어진다. KBS2 ‘트롯 전국체전’ 출연진으로 구성된 ‘2021 트롯 전국체전 투어 대국민 희망 콘서트’도 7월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가을철 열리는 대규모 야외 페스티벌도 2년 만에 재개된다. 지난해 온라인으로만 열렸던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올해 10월 8~10일 사흘간 온ㆍ오프라인으로 열린다. 다만 팬데믹 이전처럼 수만 명이 운집하는 형태로 열릴 수 있을지, 해외 유명 음악가들을 초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중음악 레이블 해피로봇레코드의 서현규 이사는 “코로나19 이후 처음 열리는 야외 음악 축제인 뷰티풀민트라이프가 무사히 잘 치러지면 이후 다른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하나둘 늘어나고 규모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실내 공연 인원 제한 등 현재 대중음악 공연에만 엄격한 방역 지침이 적용되고 있는데 완화될 경우 대중음악 공연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