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확장 재정”으로 잡혔다. 정부는 여기에 연내 추가적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까지 열어 놨다.
하지만 점점 높아지는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와 2025년 재정준칙 도입 계획 등을 알면서도 확장재정만 외치는 것은 결국 다음 정권에 짐을 떠넘기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경기의 확실한 반등과 코로나19 격차 해소를 위한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상황과 경제여건 변화에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큰 폭으로 증가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 재정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세금수입이 크게 늘었으니, 이를 활용한 추가 재정투입(추경)도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실제 올해 추가 추경은 코로나19 지속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나 1분기부터 지난해보다 19조 원 더 걷힌 세수 상황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납부를 미룬 세금이 들어오는 데다, 올해 경기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앞으로도 당초 계획보다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지속하면서도 중장기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중기 재정 운용방향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재부의 조심스러운 입장에도 문 대통령은 ‘조금 더 써야 할 때’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위한 추가 재정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4.5%로 주요 20개국(G20) 평균(10.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확장재정 지속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발표하면서 “오랜 기간 확립돼 온 한국의 재정규율 이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정부의 재정 정상화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더구나 2025년부터 국가 재정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재정수지 적자 3% 이내로 관리한다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이 계획된 상황이다. 올해 추경을 반영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8.2%인데 내년에도 확장재정을 지속한다면 이 수치는 더 높아진다. 결국 2025년 재정준칙 기준을 맞추기 위해 2023년부터 허리띠를 확 졸라매야 하는 것은 다음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