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공정하다. 비정하다. 그래서 나는 스포츠를 본다. 인공감미료 같은 해피엔드 따위는 맛보고 싶지 않다."
'유레루' '아주 긴 변명'으로 유명한 일본 여성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는 2018년 펴낸 '야구에도 3번의 기회가 있다는데'(원제 '멀리 있기에')에 자신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를 이렇게 썼다. 소문난 야구광인 그는 영화 연출만큼이나 글솜씨도 빼어나서 소설과 에세이를 몇 권 썼다. 스포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 덕에 일본 스포츠 잡지 '넘버'에 고정 필진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에세이에서 주로 영화감독이라는 일에 대해 써왔던 그가 이번에는 순수하게 취미로 즐기는 스포츠에 대한 예찬을 담았다. 그래서 좀 더 즐겁고 유쾌한 기운이 행간에 가득하다.
야구를 중심으로 축구, 농구, 테니스, 럭비, 스모, 마라톤 등 다양한 종목을 아우르는 이 책에서 그는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삶과 세상을 이야기한다. 운동을 좋아하지만 실력이 없어 후보선수나 2군 신세를 면치 못했던 학창시절부터 매번 휘둘리고 실망하면서도 야구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흥분시키고 감동케 했던 순간을 유머러스한 필치로 써내려간다.
니시카와 감독은 벤치워머로서, 관전자로 오랜 시간 갈고 닦아온 관찰력으로 승부의 세계 이면에 있는 문제를 짚고 인생의 희로애락, 표절 논란, 기후 위기, 국제 분쟁 같은 보편적인 사회 문제까지 사유를 확장한다. 스포츠 마니아라면 자기도 모르게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