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도시에서 잇달아 발생한 정전 사태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암호화폐 채굴 금지령을 내렸다. 채굴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자기 컴퓨터 연산 능력을 제공한 대가로 가상화폐를 얻는 행위인데 전력 소모가 커 중국ㆍ중앙아시아ㆍ이란처럼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싼 나라에 채굴장이 집중돼 있다.
26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이날 각료 회의에 참석한 로하니 대통령은 “지금부터 9월 22일까지 4개월간 암호화폐 채굴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불법 채굴장이 허가 시설보다 6~7배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게 로하니 대통령 지적이다. 허가된 암호화폐 채굴장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사실상 채굴 활동을 중지한 상태라고 한다.
특단의 조치다. 여름철 이란에서 정전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심하다. 평소보다 이른 시기에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 보도다. 22일부터 수도 테헤란과 이스파한, 쉬라즈 등 주요 도시에서 간헐적으로 정전이 이어졌다.
이에 전날 레자 아르다카니안 에너지부 장관이 사과하고 향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올해 때 이른 더위와 암호화폐 채굴 열풍으로 전력 수요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합법적으로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시설의 전력 소비만으로도 일일 전력 수요가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터에 불법 채굴까지 기승을 부리며 사달이 났다는 게 에너지부 분석이다.
중국의 가상화폐 규제에 이란의 암호화폐 채굴 금지까지 이어지며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다. AFP통신은 암호화폐 전문가 미셸 라우치의 분석을 인용, 현재 이란의 비트코인 채굴량이 세계 생산량의 5~1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가상화폐 시장은 최근 1주일 새 가격이 요동쳤다. 미국ㆍ중국의 규제 방침에 가격이 하락했다가 북미 비트코인채굴협회 결성, 이에 대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지지 소식에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