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확보를 위해 추진 중인 대한항공의 1,000억 원대 왕산레저개발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매각 과정에서 입찰을 멈춰달라는 가처분 소송이 제기되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디원시티는 지난 18일 대한항공을 상대로 왕산레저개발 매각재입찰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24일 매각 주간사인 삼성증권과 삼정KPMG 측에 이런 내용의 내용증명서를 발송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왕산레저개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칸서스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지난달 2일 본 계약 체결에 이르지 못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종료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가처분 소송은 대한항공이 같은 달 19일 낸 재입찰 공고에 대한 것이다.
이번 분쟁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디원시티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준비 차원에서 2011년 3월 당시 대한항공, 인천시와 함께 왕산해수욕장 인근 공유수면을 매립하고 이곳에 요트장 및 관련 시설을 설립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디원시티는 2009년부터 공유수면 매립 승인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1년 11월 대한항공은 100% 자회사인 왕산레저개발을 설립,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요트 등 해양레저용 소형 항구인 마리나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현재 왕산레저개발은 왕산 마리나 부지 및 관련 인허가권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3자 협약 당시 '각 당사자는 다른 당사자 전원의 서면 동의를 받지 않으면 협약서상의 지위, 권리, 의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이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디원시티에선 대한항공이 1차 매각 당시에도 인천시와 디원시티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던 데다, 재입찰 공고 이후에도 협약 당사자들의 서면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디원시티 측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선해의 민헌 변호사는 "협약 당사자들끼리 개발 계획 등에 합의했는데, 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업체가 개발권을 갖게 되면 계획이 어긋날 수 있다"며 "당초 개발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업체와 매각이 이뤄지려면 협약서상 양도 규정이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2017년 인천 아시안게임 요트 경기장으로 쓰였던 왕산마리나를 민간에 전면 개장하면서 2,000여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숙박, 판매시설, 요트수리시설, 클럽하우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국제적 수준의 해양레저 명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왕산레저개발 매각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디원시티 측의 주장에 대해 "2011년 당시 협약 당사자엔 디원시티가 없었다"며 디원시티는 왕산레저개발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디원시티의 박성현 대표가 2011년 협약 당사자였던 PMC의 공동대표였을 뿐, 그가 설립한 디원시티가 PMC의 지위를 이어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어 "왕산레저개발의 지위 변경이 아닌 대한항공 보유 지분 매각이기 때문에 당사자 전원 동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아직 공식적으로 가처분 신청 통보를 받은 바 없기 때문에 다음 달 정상적으로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