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머신’ 미란다 “아직 적응 단계… 로진백? 더워지면 사용할 듯”

입력
2021.05.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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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외국인 좌완 아리엘 미란다(32)가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앞세워 자신을 향한 불안한 시선을 조금씩 지워가고 있다.

미란다는 지난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6이닝 무실점(5피안타) 투구로 시즌 5승(3패)째를 챙겼다. 106개의 공을 던지면서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을 섞어 던졌는데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50㎞를 찍었다. 특히 볼넷을 2개 내줬지만 삼진을 무려 9개나 잡으며, 이 부문 리그 단독 1위(64개)로 올라섰다.

미란다는 27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경기 전 계획대로 풀렸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좋은 흐름 속에서 투구했다”라고 했다. 특히 이날은 포수 최용제와 시즌 처음으로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그는 “두산에는 좋은 포수들이 많다. 누가 포수 마스크를 쓰든 내가 잘 던질 수 있도록 잘 리드해준다”라고 말했다.

미란다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 시즌 미란다의 최고 구속은 150.6㎞, 평균 145.9㎞를 유지 중이다. 좌완이면서 최고 150km에 달하는 위력적인 공을 구사한다. 탈삼진 개수가 리그 1위일 뿐아니라 9이닝당 탈삼진은 무려 12.99개(1위)로, 이 부문 2위 수아레즈(LGㆍ9.99)를 크게 앞선다. 미란다는 “의도적으로 삼진을 잡기 위한 투구를 하진 않는다.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들쭉날쭉한 제구가 문제였다. 9이닝당 볼넷은 5.89개(21위)로 좋지 않다. 특히 투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어이없는 컨트롤로 풀카운트 승부까지 가기 일쑤였다. 당연히 투구 수가 늘면서 소화 이닝도 적다. 9경기에서 44.1이닝(18위)밖에 책임지지 못했으니, 경기당 평균 5이닝도 못 채운 셈이다.

미란다의 또 다른 특이점은 성적이 ‘퐁당퐁당’이란 점이다. 올 시즌 9경기에 출전했는데 한 경기 잘 던진 뒤 다음 경기에선 여지없이 무너졌고 그 다음 경기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위력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미란다는 “타자 성향이나 스트라이크존 등 아직 한국 무대에 완벽히 적응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몇몇 경기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시즌은 길다”라고 말했다.

미란다는 2016년 볼티모어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뒤 2018~19년 일본리그(후쿠오카 소프트뱅크) 2019~2020년 대만리그(중신 브라더스)를 거쳐 올 시즌 KBO에 첫 선을 보였다. 대만리그에서는 25경기에서 10승(8패)을 올리면서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했고 특히 대만시리즈 3차전에서는 3피안타 1실점 완투승을 거두기도 했다. 미란다는 “대만리그는 4개 팀뿐이라 같은 팀과 자주 만난다. 하지만 KBO리그는 9개 팀을 상대한다. 그만큼 상대에 대한 분석을 많이 해야 한다”라며 차이점을 말했다. 투구 시 로진백을 사용하지 않는 점도 흥미롭다. 미란다는 “(사용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면서 “다만 앞으로 날씨가 더워져 땀이 나면 사용할 것”이라며 웃었다.

팀 동료 호세 페르난데스와는 같은 쿠바 출신으로 ‘절친’ 사이다. 실제로 한국 무대 3년 차인 페르난데스는 ‘초년생’ 미란다의 한국 적응을 돕고 있다. 미란다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KBO리그의 특성이나 타자들의 정보를 제공해 줬다”면서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주 농담을 하며 리그 적응에 큰 도움을 준다”라고 고마워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출전할 때마다 팀이 승리하도록 토대를 마련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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