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대로 카운터 펀치는 없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몇몇 의혹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았으나, 야당 의원들은 기존에 제기된 의문들을 반복 질의하기만 할 뿐 그를 코너로 몰아붙이는 데엔 실패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불거진 ‘라임자산운용ㆍ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 수임 논란’과 관련해 “사기 피의자 변론 등 부적절한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뒤, 구체적 변호 활동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했다. 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연루 의혹’에도 “수사ㆍ재판 중 사안이라 답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최대 쟁점으로 꼽힌 사안들엔 사실상 ‘함구’로 일관한 것이다. 다만 아들의 ‘아빠 찬스 취업 의혹’과 관련해선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다”며 적극 부인했다.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선 ‘라임ㆍ옵티머스 펀드사기 연관 사건 변호 활동’을 두고 의원들의 질문이 집중됐다. 김 후보자는 법무부 차관 퇴임 5개월 만인 지난해 9월부터 법무법인 화현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했고, 총 22건의 사건을 수임했다. 이 가운데 △서울남부지검의 라임 관련 사건 2건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사건 2건 등도 포함됐다.
여야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라임ㆍ옵티머스를 직접 변호했느냐”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사기 피의자들에 대해선 변론한 적이 없고, 관여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등이 구체적인 의미를 캐묻자 김 후보자는 ‘펀드 사기 사건 주범들을 변호한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의뢰인이 정확히 누구인지, 변호 활동을 어떻게 했는지 등을 질의했으나, 김 후보자는 “변호사법상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특히 관심은 법무부 차관 재직 중, 라임 사건 수사현황을 보고받았는지에 모아졌다. 김 후보자는 검찰의 라임 수사가 시작된 지 2개월 후인 작년 4월 차관에서 물러난 만큼, 라임 수사 상황을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에서 사건을 수임했다면 ‘이해충돌금지 원칙 위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보고받지 않았다”고 잘라 말하면서 더 이상 논란이 확산되진 않았다. 그는 청문회에 앞서 “검찰총장에 취임하면, 변론했던 사건과 관련한 수사는 모두 회피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학의 불법출금 연루 의혹’에 대해 김 후보자는 더욱 구체적 언급을 꺼렸다. 야당의 잇단 추궁에 “저도 수사 대상자이고, 수사ㆍ재판이 진행 중이라 따로 말하기 어렵다”는 앵무새 같은 답변으로 일관한 것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김 전 차관) 긴급출금이 불법이라는 건 인정하느냐” “2019년 3월 22일 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으로부터 ‘김학의 출금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았느냐” 등의 질문을 퍼부었으나, 김 후보자는 “언급하는 게 옳지 않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김 후보자가 그나마 상세한 해명을 내놓은 건 ‘아들 취업 부당한 영향력 행사 의혹’ 부분이었다. 그의 아들은 2017년 8월 전자부품연구원(현 한국전자기술원)에 지원해 입사했는데, 당시 지원 서류에 부친 직업을 ‘서울북부지검 검사장’이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아빠 찬스’를 사용한 게 아니냐는 게 야당 의원들의 의심이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아들이 과거 입사지원서 양식을 사용했다면서 “제가 봐도 꼭 그렇게 적었어야 했나 싶은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곳에 대해 전혀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고 전화한 적도 없다”며 “부끄럽지만 전 아들의 취업이나 학업에 대해서 참 무관심했던 아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