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급생 성폭행’ 피해자 가족 호소에도... 가해자 10대 1명 감형 확정

입력
2021.05.26 19:00
검찰, 상고 포기... 가해 학생 2명 중 1명만 상고
상고 안 한 1명은 2심의 '징역 3~4년' 판결 확정
1심서 감형된 2심 논란... 법리적으론 상고 불가
대법 상고한 다른 1명도 형량 가중 가능성 낮아

또래 중학생에게 술을 마시게 해 정신을 잃도록 만든 뒤 함께 성폭행한 중학생 2명 중 1명에게 1심 판결보다 감경된 항소심 형량(징역 3~4년)이 확정됐다. 검찰이 2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은 가운데, 해당 가해 학생도 상고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 다른 가해자 경우 대법원에 상고한 만큼 한 번 더 재판을 받게 되지만, 그 역시 향후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당초 가해자 2명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자, 피해자 가족은 엄벌을 요구하며 '검찰의 상고'를 촉구했다. 하지만 검찰이 상고할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결국 형의 확정 시점 문제였을 뿐, 애당초 2심 선고 이후 가해자 2명 모두에게 더 무거운 처벌이 내려지긴 힘든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여기엔 법리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강간 등 치상) 혐의로 기소돼 최근 항소심 판결을 받은 A(15)군과 B(16)군 중 B군만 법원에 상고장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과 A군은 상고 기한이 지날 때까지 상고장을 내지 않았고, 이에 따라 A군은 2심 형량이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1-3부(부장 황승태)는 지난 14일 A군과 B군 모두에게 장기 징역 4년에 단기 징역 3년의 부정기형을 각각 선고했다. 소년법상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일단 단기형을 채우면 복역태도를 보고 석방 여부를 결정한다. A군에게 '장기 7년에 단기 5년', B군에겐 '장기 6년에 단기 4년'의 징역형을 각각 선고했던 1심과 비교해 형량이 상당히 깎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상고를 포기했다. 항소심에서 A군과 B군의 혐의가 전부 유죄로 인정되는 바람에 대법원에 제시할 상고 이유를 찾기가 힘들었던 탓이다. 형사소송법상 징역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선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하는 게 불가능하다. 법리 적용 또는 해석을 문제 삼으며 유무죄 다툼을 해야 하는데, 이미 모든 혐의에 유죄 판결이 난 이상 검찰이 내세울 상고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직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B군 역시 앞으로 형량이 가중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만 상소한 경우 원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오히려 대법원이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할 가능성만 '배제할 수 없는 상태'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 2019년 12월 23일 벌어졌다. A군과 B군은 성탄절을 이틀 앞둔 그날 새벽, 인천의 한 아파트 헬스장에서 같은 중학생인 C(15)양을 불러내 술을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든 뒤, 28층 계단으로 끌고 가 범행을 했다. A군은 C양을 성폭행했고, B군은 성폭행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쳤다. A군은 1심 단계부터 모든 혐의를 인정했던 반면, B군은 1심에선 혐의를 부인하다가 항소심에서 입장을 바꿨다. 이런 탓에 피해자 측은 A군과는 합의했으나, B군과는 합의하지 않았다.

범행 당시 A군 등은 성폭행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C양을 짐짝 옮기듯 끌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C양은 수 차례 바닥에 떨어져 뇌진탕 등 상해를 입었고 정형외과에서 전치 3주, 산부인과에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주범인 A군은 휴대폰으로 피해자를 불법촬영하기도 했다. 범행을 저지른 동기는 'C양이 우리가 괴롭히는 학교 후배와 친하다'는 이유였다.

1심은 “피고인들의 범행 내용과 수법이 매우 위험하고 대담하며, 피해자는 극심한 충격과 고통을 받았고 가족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A군에게 징역 5~7년을, B군에겐 징역 4~6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피고인들을 꾸짖으면서도 “당시 만 14세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인격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로 범행 결과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범행했다”는 이유를 들어 형량을 대폭 줄였다.

이 사건은 피해자 C양 모친이 지난해 3월, 가해자들 엄벌을 촉구하며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동의를 한 누리꾼은 40만명에 달했다. 해당 글에서 C양 모친은 “가해자들은 ‘오늘 너 킬(Kill)한다’며 제 딸에게 술을 먹였고,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해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 사실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저희 가족은 집도 급매로 팔고 이사를 가게 됐고, 제 딸도 전학을 갔다”고 2차 피해를 호소했다.

항소심 선고 이후인 이달 20일에도 C양 모친은 한 차례 더 글을 게시했다. 그는 “2심 재판 결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참담한 결과”라며 “검찰이 빨리 상고해 대법원이 성폭력 범죄 법리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주시길 기다린다”고 했다. 하지만 현행 법 체계상 이미 형이 확정된 A군뿐만 아니라 B군도 항소심보다 중한 처벌을 받기는 힘든 것이 불가피한 현실이어서, '징역 10년 미만 양형부당 상고 불가'를 둘러싸고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최나실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