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고, 놀랍지만, 따라해선 안 되는...'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시선은 이렇게 미묘하다. 민주당은 '이준석 바람'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이 전 최고위원이 뜰수록 국민의힘이 '쇄신'을 독점하게 되는 탓이다.
그렇다고 이 전 최고위원을 대놓고 견제하지 못한다. ①경력 부족을 지적했다간 '꼰대 정당'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고 ②젠더 인식이 편협하다고 비판하면 '이남자'(20대 남성)의 분노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최고위원을 칭찬해 '쇄신'을 나눠 갖자니 ③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이여자'(20대 여성)의 이탈이 걱정이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의 지상 과제 중 하나는 '꼰대 정당' 이미지 벗기다. 민주당이 25일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한 보고서에는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품은 이미지는 '말만 잘하고, 겉과 속이 다르고, 무능한 4050세대 남성'"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의 이 전 최고위원 비판은 '중장년 기득권의 청년 비판'으로 읽히며 '꼰대 정당' 프레임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장유유서' 발언으로 이틀간 곤욕을 치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 사례다. 정 전 총리는 25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선전에 대해 "장유유서, 이런 문화도 있고 그래서 그런 변화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지만 (국민의힘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가 '젊은 정치인을 깎아내린다'는 비판을 샀다. 당황한 정 전 총리는 26일 "변화를 긍정적으로 본다"며 이 전 최고위원을 비판하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남자' 표심을 중시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이 전 최고위원의 행보를 응원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2030세대 남성 대변자를 자처해왔다. 4·7 재보선 이후 '군가산점제 부활'을 거론했던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선전에 대해 "구태정치에 질린 국민들이 청년과 젊은 정치를 선택하신 것"이라고 평했다. 여성가족부를 '청년가족부'로 고치자고 주장한 김남국 의원도 전 의원의 글을 공유하며 힘을 실었다.
'이준석 바람'에 편승하려는 시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선전이 페미니즘에 대한 '이남자'의 분노에 편승한 측면이 큰 만큼, 자칫 '이여자'마저 놓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이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깎아내리며 인기를 올린 데 대한 비판 없이 박수만 보낼 수 있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청년 세대의 공감을 얻으려는 이 전 최고위원의 태도'는 벤치마킹하되, 정책은 차별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송영길 대표는 2030세대를 비롯한 다양한 세대·계층을 만나 쓴소리를 들으며 민주당의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준석 바람'이 불기 전부터 민주당은 2030세대의 얘기를 들으려 노력해왔다"며 "집권여당으로서 해법까지 담은 콘텐츠로 보여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