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쑥섬, 실제는 꽃섬... 꿈결 같은 한나절 섬 여행

입력
2021.05.28 10:00
[박준규의 기차여행 버스여행] 고흥 쑥섬

고흥의 작은 섬들이 개성 만점 관광지로 변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쑥이 많아 애도(艾島)라 불리던 외나로도 앞 쑥섬이 꽃 섬으로 변신했다. 알록달록 꽃장식을 한 언덕 너머로 쪽빛 바다가 펼쳐지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꿈결 같은 한나절 섬 여행으로 딱 좋은 곳이다.

서울에서 고흥까지 바로 가는 고속버스가 있지만, 터미널에서 여행지까지 이동이 쉽지 않다. 지역이 워낙 넓어 택시 요금도 부담스럽다. 고속열차(KTX)를 타고 순천역이나 여수엑스포역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이렇게 하면 서울에서 쑥섬까지 4시간 남짓 걸린다.


섬이 정원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인생사진 맛집'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 바로 앞이 쑥섬이다. 선착장에서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깝다. 배를 타면 넉넉잡아 3분, 멀미할 틈도 없다.

쑥섬은 작은 섬이다. 선착장에서 출발해 로컬매장(관광안내소), 갈매기카페(탐방로 입구), 헐떡길, 난대원시림, 환희의 언덕, 몬당길(야생화길), 별정원(비밀 꽃정원), 여자산포바위, 남자산포바위, 신선대, 성화등대, 우끄터리 쌍우물, 동백길, 사랑의 돌담길을 차례로 거쳐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탐방로의 전체 길이가 3㎞에 불과하다.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출발하자마자 헐떡길을 3분여 걷는다. 이마에 땀이 맺힌다. 수목이 하늘을 뒤덮은 원시난대림을 통과하다가 특이한 형상의 후박나무에 시선이 멈췄다. 동서양이 뒤섞인 판타지 스토리가 흥미롭다. 쑥섬 숲을 바라보던 옥황상제가 애완동물인 코알라를 놓쳤다. 차사를 시켜 찾게 했는데 코알라는 쑥섬이 마음에 들어 숨어버렸다. 차사가 나무에 은신한 뒤 잡아서 돌아가기를 기다리며 세월을 보내다가 쑥섬의 아름다운에서 희로애락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여러 나무에 코알라와 차사의 얼굴, 차사가 탔던 말 모양이 보여서 그럴듯하다.


숲을 빠져나갈 쯤 제주도의 환상적인 포토존이 나타난다. 안내판에 사진 찍는 구도까지 친절히 소개돼 있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따라만 하면 무조건 인생사진이다. 밖은 환희의 언덕. 벤치에 앉으면 여수 소거문도·거문도·손죽도·초도, 완도 청산도, 고흥 시산도·거금도·소록도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바람까지 살랑거리니 몸과 마음이 가뿐해진다.

몬당길(산마루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면 우주발사대가 있는 고흥군의 상징 우주, 별, 태양, 달을 주제로 조성한 별정원(비밀 꽃정원)이 등장한다.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1호, 행정안전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 2021~2022년 한국관광 100선 선정에 빛나는 쑥섬 최고의 명당이다. 알록달록 꽃밭에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이 황홀경이다. 낮달맞이, 꽃양귀비, 샤스타데이지, 삼색조팝, 캘리포티아포피(캘리포니아 양귀비) 등이 어우러져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영화로 치면 하이라이트 중에서도 최고의 명장면이다. 형형색색 꽃 정원을 통째로 집으로 옮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특히 ‘인생사진’에 목메는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장소다.



섬 여인들이 명절과 보름날 밤에 음식을 싸 와서 노래와 춤을 즐겼다는 여자산포바위, 남자들의 놀이터였던 남자산포바위 사이에 쑥섬 정상(83m) 안내 표지가 조그맣게 세워져 있다. 에베레스트(8,848m), 백두산(2,750m), 한라산(1,950m)과 별 차이가 없다는 문구에 웃음보가 터졌다. 신선이 내려와 절벽 아래 평평한 바위에서 바둑을 두고 거문고를 켰다는 신선대, 여수와 완도를 오가는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성화등대도 볼만하다.

탐방로를 내려오면 우끄터리 쌍우물이다. 문자 그대로 마을 북쪽에 있는 두 개의 우물이다. 깨끗한 위의 우물은 식수로, 아래 우물은 빨래를 하거나 발을 씻는 허드렛물로 사용했다. 쑥섬의 큰애기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섬 생활의 애환을 나누던 비밀 회동 장소이기도 했다. 빨래를 가장 깨끗하게 하는 처녀는 3년 안에 좋은 곳으로 시집을 간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두레박 체험을 할 수 있다. 이후 동백길과 미로처럼 얽힌 사랑의 돌담길을 지나면 고양이들이 여행객을 맞는다. 쑥섬 쿠폰으로 먹이주기 체험도 가능하다.


시간이 남으면 ‘갈매기카페’가 답이다. 다섯 가지 음식 중에서도 ‘고기이불 비빔국수’ ‘귀촌한버거’는 가성비가 훌륭하다고 소문났고 커피도 좋다. 마을 주민이 파는 생쑥, 쑥가루, 쑥식혜, 쑥차, 톳가루, 톳장아찌 등은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나로도연안여객터미널에서 쑥섬까지 정기 배편은 시간당 1회 꼴이고, 방문객이 많으면 수시 운항한다. 이용 요금은 성인 8,000원(탐방비 6,000원 +승선료 2,000원)이다. 안내 책자에 포함된 1,000원 쿠폰은 쑥섬의 모든 업소에서 사용할 수 있다. ‘쑥섬쑥섬(ssookseom.com)’ 홈페이지에서 상세 정보를 제공한다. ‘가보고싶은섬(island.haewoon.co.kr)’ 홈페이지에서 탐방 예약을 하면 편리하다.



여수로 나올 예정이면 쑥섬과 함께 가볼만한 곳으로 남포미술관을 추천한다. 폐교된 영남중학교를 활용한 미술관이자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10호로 선정된 곳이다. 갤러리이면서 정원이 아름다운 휴식 공간이다. 8월 1일까지 김옥진, 김정하, 정정복 작가의 ‘보이지 않는 INVISIBLE’을 릴레이 전시 중이다. 관람료 2,000원.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