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플로이드 죽음 1년... "추모는 여전, 항의는 계속, 개혁은 지지부진"

입력
2021.05.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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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체포 과정 백인 남성 경관에 목 짓눌려 숨져
바이든 대통령, 경찰개혁 '플로이드법' 처리 촉구
경찰개혁은 미완... "공권력 희생 없는 날, 단 엿새"

“숨을 쉴 수 없다, 숨을 쉴 수 없다.”

지난해 5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 백인 남성 경찰관 데릭 쇼빈이 위조지폐범으로 지목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그의 목을 9분29초간 짓눌렀다. 플로이드는 숨을 쉬지 못하겠다고 절규하다 죽어갔다. 미 전역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그렇게 미국 인종평등과 경찰개혁의 상징이 된 플로이드 사건이 1주기를 맞았다. 추모도 이어졌고, 항의도 계속됐다. 하지만 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플로이드의 유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그는 성명에서 “쇼빈의 유죄 판결은 정의로 가는 단계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우리는 변곡점에 도달했고 행동해야만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니애폴리스를 비롯해 수도 워싱턴, 텍사스주 댈러스 등 곳곳에서 추모 행사도 이어졌다.

플로이드의 죽음 직후 이어진 격렬한 항의시위는 미 역사상 최대의 대중운동이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그가 숨진 다음날부터 같은 해 6월 말까지 집회는 총 4,700회, 하루 평균 140회나 열렸다. 6월 6일에는 미국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500회 이상의 시위가 이어졌다. 당시 카이저가족재단의 여론조사에선 2,600만명의 인원이 플로이드 관련 집회에 참여했다.

단죄도 이뤄졌다. 쇼빈 경관은 지난달 20일 재판에서 살인과 과실치사 등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평결돼 다음달 형량 선고가 이뤄진다. 최대 40년 복역이 가능하다.

남은 과제는 경찰개혁 제도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법체계 내에서 책임과 신뢰를 동시에 가질 수 있고 또 가져야만 한다”며 경찰개혁 내용을 담은 ‘플로이드법안’ 처리를 요구했다. 경찰의 과격한 체포 관행을 바꾸기 위한 면책특권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은 민주당이 과반인 하원은 3월에 통과했지만 상원에선 계류 중이다. 법안 처리는 장담할 수 없다. 공화당이 경찰 공권력 보호를 이유로 법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전체적으로 경찰에 의해 죽음을 당한 흑인이 백인보다 3배 많다고 전했다. 올해 첫 4개월 동안 미국 경찰이 아무도 죽이지 않은 날은 엿새에 불과했다. 플로이드 사건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라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경찰의 과격 대응은 여전하고, 흑인들은 여전히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플로이드 사망 1주기를 맞아 우리는 체계적인 인종차별 해체 또한 국가안보 우선순위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 플로이드는 “우리는 법이 통과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흰머리독수리 보호법을 만들 수 있다면 유색인종을 보호하기 위한 법도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미국에서 더는 두려움 속에 살지 않게 해야 한다”는 호소였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