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반군의 저항 등 계속 궁지에 몰리고 있는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뜬금없이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와 모바일게임 등의 접속을 허용했다. 인터넷서비스를 다 푼 건 아니다. 군부 만행을 실시간 전파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차단은 유지한 채 오락적 요소만 즐기도록 했다. 1980년대 한국 군사정권이 ‘3S(섹스ㆍ스크린ㆍ스포츠)’ 정책을 통해 민주화 열망을 희석시키려 했던 것처럼 미얀마 군부 역시 ‘우민화(愚民化)’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26일 현지 소식통과 외신 등을 종합하면 군부는 최근 인터넷검열위원회 지시를 철저히 따르기로 한 1,200여개의 인터넷 사이트와 모바일 서비스 접속을 일괄 허용했다. 앞서 군부는 지난달 말 같은 형식으로 은행 애플리케이션과 외국계기업 비지니스 모바일 플랫폼을 처음으로 열어줬다. 정권에 우호적인 사이트만 선별해 접속 제한을 해제하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방식으로 최소한의 여가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화이트리스트 목록에는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와 유명 데이트 매칭 어플리케이션 틴더 등 엔터테인먼트 사이트 60곳이 포함됐다.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캔디 크러쉬, 모바일 레전드: 뱅뱅 등 모바일게임 이용도 가능해졌다. 또 그랩과 푸드판다 등 20여개 배달서비스 플랫폼이 재활성화됐으며, 비지니스 지원 사이트 200여곳 운영 역시 재개된다. 인터넷 차단 넉 달 만에 여가를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계속 접근할 수 없다. 대다수 현지 매체의 온라인 사이트 접속도 불허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CNN방송 등 해외 언론 콘텐츠 역시 ‘엔터테인먼트 영역’만 보게 했다.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꼼수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시민들도 군부의 인터넷 해빙 조치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배달서비스가 다시 가동됐지만, 양곤 등의 대규모 음식점은 이날도 한산했고 넷플릭스 접속 폭주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군부의 기만적 행태를 경계하는 목소리만 더 커졌다. 미얀마 인권단체 ‘저스티스 미얀마’는 이날 “군부가 중국ㆍ북한의 우민화 전략을 따라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 역시 SNS에서 “군부가 페이스북을 열지 않은 것은 국민 탄압을 지속하겠다는 신호”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