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경고’에 철광석 값은 주춤하지만… 철강재는 여전히 고공행진

입력
2021.05.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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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던 철광석 가격이 최근 중국 정부의 원자재 안정화 조치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철광석을 원재료로 사용한 자동차나 가전 등의 철강제품 가격은 꾸준하게 늘고 있는 수요 탓에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열연강판 등을 비롯한 기초 철강재 가격 인상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중국 수입 철광석(CFR, 운임포함인도) 가격은 이달 21일 기준 톤당 214.1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4일(226.46달러)과 비교해선 톤당 12.27달러 하락했다. 지난 3월26일 톤당 160.3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은 두달가량 계속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지난주 들어 처음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중국 정부의 원자재 수급관리 강화와 가격 안정화 조치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원자재 가격 안정화를 위해 거래소의 철광석 거래량을 제한하고 수수료 인상도 단행했다. 아울러 시장교란, 허위사실 유포, 철광석 사재기 등의 불법 행위 단속과 철강 생산 제한에 나서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자재 가격의 경우엔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의 철강 내수 가격은 동아시아보다 훨씬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정도로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중국의 이번 조치가 글로벌 철강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에서 정보기술(IT)이나 가전,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 소비가 급증해 철강 재고가 급감한 데다, 최근 반도체 수급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는 자동차 조업이 정상화되면 철강 공급 부족은 더 심화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런 흐름은 국내 철강 유통업계에도 감지된다. 실제 지난 1월 말 톤당 88만 원에서 4월 말 110만 원으로 올랐던 열연강판 유통 가격은 이달 21일엔 130만 원을 돌파했다.

열연 이외 기초제품인 후판과 냉연, 철근 가격 또한 오름세다. 선박을 만들 때 필요한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유통 가격은 4월 말 110만 원에서 이달 21일엔 130만 원으로 뛰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기 위해 가격 인상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6월에도 열연강판 가격을 톤당 10만∼12만 원 인상했다. 포스코의 경우 올해 1월 톤당 8만 원, 2월 10만 원, 4월 5만 원, 5월 7만∼10만 원 올린 데 이어 6개월 연속 인상한 것이다.

수입산 가격 역시 6월 가격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 열연강판 7월 수출 오퍼가격(선적 기준)은 톤당 1,100달러를 기록했다. 6월과 비교해선 무려 톤당 240달러나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철광석값이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이지만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라며 “수급이 타이트하고 원자재가격이 많이 오르다 보니 제품값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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