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꺾은 알파고도 잡는다"...'초거대AI' 시대 성큼… 세계 IT 공룡 각축전

입력
2021.05.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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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용도 제한 극복한 범용적인 AI 개발 목표
네이버, LG, KT 등 국내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

2016년 3월, 당시 세계 프로바둑계 간판스타였던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한 구글 인공지능(AI)인 '알파고'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직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무한대의 경우의 수를 장착한 바둑판에선 AI가 인간 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지 5년이 지난 2021년,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초거대 AI'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인간처럼 판단하고 행동하는 AI를 내세워 글로벌 IT 업계 패권까지 장악하겠다는 복안에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화웨이를 비롯한 글로벌 IT 기업뿐 아니라 네이버, KT,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초거대 AI 개발 경쟁에 합류했다.

머스크의 오픈 AI, '초거대규모 AI' 첫 도전

초거대 AI란 특정용도에 한정하지 않고 종합적이면서도 자율적으로 사고나 학습에서부터 판단과 행동까지, 사실상 인간의 뇌 구조와 유사한 AI를 의미한다. 그동안 AI는 알파고처럼 특정 분야에만 특화됐다. AI 챗봇도 해당 업체가 입력한 데이터 기반에서만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AI 연구기관 ‘오픈 AI’는 지난해 5월 이런 한계를 극복한 ‘GPT-3’란 범용적인 AI를 개발했다. AI 학습 기반인 인경신공망 크기를 사람의 뇌만큼 늘려 인간처럼 사고하는 AI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오픈AI는 인공신경망의 파라미터(parameter·매개변수)를 1,750억 개까지 늘렸다. 이에 GP-3는 적은 데이터만 입력해도 최적화된 답안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실제 GPT-3의 독점 사용권을 갖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25일(현지시간) 온라인 개최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빌드(Build)'에서 사용자의 지시를 알아듣고 그에 최적화된 코딩을 해주는 AI 기술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MS는 프로그래밍을 배우지 않더라도 AI의 도움으로 개발에 참여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자신했다.

구글 역시 초거대 AI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개발자회의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마치 명왕성인 것처럼 행동하는 AI 대화 모델 '람다'를 소개했다. 한 프로그래머가 람다에게 "너를 찾아가면 뭘 볼 수 있니"라고 묻자 람다는 "거대한 협곡, 꽁꽁 언 빙산, 분화구 등을 볼 수 있을 거예요. 한 번 놀러올 만할 거예요. 하지만 코트를 챙겨 오셔야 할 거예요. 정말 춥거든요"라고 답했다. 이는 AI가 프로그래머가 입력하지 않은 데이터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국내 기업들도 "미국 AI 플랫폼 종속 막는다"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네이버가 25일 공개한 '하이퍼클로바'는 GPT-3보다 큰 2,040억 개의 파라미터로 개발됐다. GPT-3와 달리 하이퍼클로바는 학습 데이터 중 97%가 한국어인 만큼 국내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LG는 올 하반기 6,00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는 1초에 9경5,700조 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AI 컴퓨팅을 구축했다. KT도 카이스트와 공동 AI 연구소를 세우고 음성인식 AI ‘기가지니’를 GPT-3를 뛰어넘는 초거대 AI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기업들은 초거대 AI에 의해 미래 생활상도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 AI 연구원에선 초거대 AI가 고객에게 최적화된 상담 서비스 제공을 넘어 코딩, 디자인, 마케팅 등 제품 개발 프로세스까지 참여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석근 네이버 클로바 사내독립기업(CIC) 대표는 "글로벌 기술 대기업들은 대형 AI 모델이 가져올 파괴적 혁신에 대한 기대로 투자를 가속하고 있다"며 "한국의 AI 기술이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공개된 기술을 활용하고 따라잡는 수준에 그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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