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만 빼고 다 바꾸겠다”고 공언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갈 길은 먼데 시간이 없다. 대선이 약 9개월 남았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 검찰개혁 속도조절 등 쇄신 과제의 진도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 당내 친문재인계 주류의 견제 때문이다.
“우리는 집권 여당이다.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아니다”라는 송 대표 발언에서 이런 고민이 묻어난다. 송 대표는 교과서 같은 해법을 꺼냈다. ‘민심과의 소통’이다. 당내 강경파에게 싸늘한 민심을 앞세워 돌파해 보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25일 국회에서 ‘민심경청 프로젝트’ 출범식을 열고 앞으로 일주일 동안 당 지도부가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지역 민심을 듣기로 했다. 송 대표는 “민심을 듣고 민주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국민의 신임을 받을 수 없다는 각오로 민심을 경청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민생과 개혁과제 중심으로 전국 민심을 듣고, 최고위원들도 수도권과 영남, 호남 등 5개 권역을 다닐 예정이다. 민주당 시·도위원회와 지역위원회는 재보선 패인과 부동산 정책 추진 방향 등에 대해 지역별 설문조사와 현장 간담회 등을 진행한다. 경청한 민심을 모아 송 대표는 다음 달 1일 대국민 보고를 한다.
송영길호의 이 같은 행보는 당 밖의 냉랭한 민심을 쇄신 명분 삼아 당내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포석이다. 송 대표는 최근 2030세대를 만나 "요즘은 민주당 지지자라고 하는 것이 비하의 뜻"이라는 발언을 이끌어내 당내 주류를 긴장시켰다.
강성 권리당원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 친문계 주류가 여전히 힘이 세다. 쇄신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 완수를 더 강조한다.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움직임을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거나, 고강도 검찰개혁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송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조가 강력 반대한 대우차 정리 해고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참사 당시 촛불시위 참석을 거절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했던 사례 등을 열거하며 “낡은 좌파 패러다임과 맞선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고 언급했다. “우리는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아니다”라는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선명성을 앞세우는 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송영길의 시간'이 길지는 않다. 6월부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가열되면 당대표 주도의 쇄신은 힘을 받기 어렵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후보 경선 전까지 쇄신을 통해 당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놓는다는 것이 송 대표의 목표인데, 쇄신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