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손정민씨 양말 묻은 토양, 강 10m 안쪽 흙과 유사"

입력
2021.05.25 18:30
경찰, 입수 예상 경로 7곳 토양 채취해 의뢰 
"10m 지점 흙과 편광형상, 원소표준비 유사"
경찰 "과학적 데이터로 실체적 진실 밝힐 것"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22)씨의 양말에 묻은 토양이 한강 바닥 토양과 유사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25일 "오전에 국과수로부터 토양 성분 분석 결과를 받았다"면서 "강가에서 10m 정도 떨어진 지점의 토양과 손씨 양말에 묻어 있던 토양이 유사하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빛의 굴절을 보는 실험을 통해 두 토양의 편광 현상이 유사하고, 알루미늄·규소·칼륨·칼슘·티타늄·철 등의 원소 조정비가 표준편차 범위 내에서 유사하다고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토양 성분은 손씨와 친구 A씨가 돗자리를 깔고 술을 마셨던 육지 토양과는 "확연히 구분된다"고 덧붙였다.

손씨 사망 경위를 재구성하던 경찰은 실종 당일 '한강으로 들어가는 남성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국과수에 손씨 양말에 대한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예상 입수 경로의 토양과 손씨 양말 바닥에 묻은 흙이 같다면, 실종 및 사망 경위를 풀 실마리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13일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신원 미상 인물의 예상 입수 경로 중 7곳의 토양을 채취했다. 이 경로는 잔디밭-강가-강바닥으로 이어지는데 강가부터 7.1m 지점까지는 자갈과 토사로 구성돼 수심이 52㎝이고, 10.5m 지점부턴 수심이 1.5m, 14.4m 지점부터는 수심이 1.7m로 점점 깊어진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는 손씨 양말에 묻은 흙이 강가로부터 10m 떨어진 지점(수심 1.5m)의 것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며 "그러나 이 지점 이전의 (수중) 토양과는 상이하다는 결과도 함께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손씨가 입고 있던 옷에서도 토양이 검출됐으나, 서로 다른 지역의 토양이 섞여 있어 구별이 불가했다. 경찰은 손씨와 함께 있던 친구 A씨의 옷도 감정을 맡겼으나, 일부 세탁이 된 상태라 아직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

아울러 경찰은 손씨 실종 전날과 당일에 서울시내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됐던 남성 12명(손씨 제외)의 소재는 모두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손씨가 실종 당시 신었던 신발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로부터 수중 오염 등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는 만큼 사건 정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해 들었다"면서 "과학적 데이터를 참고해 수중 지역 분석, 목격자 진술,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종합해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온라인에 유포된 보고서와 관련해선 위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에 유포된 123쪽 분량의 한강사건 보고서 관련 내용을 살펴본 결과, 수사에 참고할 내용은 없었고 위법사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오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