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방송가 새 흐름", 토크쇼 전성기 돌아오나

입력
2021.05.27 09:36
TV시청층의 변화가 불러온 토크쇼의 부활

토크쇼들이 각기 다른 형태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리얼리티와 관찰 예능에 지친 시청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정통 토크쇼부터 LP바에서 이뤄지는 시추에이션 토크쇼 등 각자의 개성으로 무장해 눈길을 끈다.

과거 리얼리티 풍의 프로그램들이 수년 간 인기를 끌면서 토크쇼 포맷은 잠시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난 2019년,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가 정통 영미식 토크쇼를 표방하며 시청자들을 만났지만 아쉬운 성적표를 받으며 쓸쓸히 퇴장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신생 토크쇼들이 명성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폭 넓은 게스트로 주목 받는 '대화의 희열'

가장 먼저 KBS2 '대화의 희열' 새 시즌이 안방을 찾았다. 13일 방송되는 '대화의 희열'은 대화를 편안하게 다각도로 이끌어갈 MC 유희열과, 소설가 김중혁, 기자 신지혜, 영화 유튜버 이승국의 색다른 조합을 알리며 기대를 높였다. 앞서 '대화의 희열'은 단 한 게스트만 초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난 시즌 방송 당시 무게감 있는 대화와 다양한 주제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며 토크쇼 명맥을 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중의 큰 반향에 힘입어 이번 시즌에서는 분야와 세대를 뛰어넘는 게스트 섭외를 내세우며 작가 황석영, 가수 제시의 대화 향연을 펼쳤다.

레트로 콘셉트 공략한 '곽씨네 LP바'

후발주자로는 지난 19일 첫 방송된 tvN '곽씨네 LP바'가 배턴을 이어받았다. 음악과 사람에 취하는 'LP바'를 콘셉트로 내세웠고 정통 토크쇼에 음악이라는 소재를 곁들이며 보는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또 대중 삶 속에 녹아있는 노래들을 통해 이야기 소재를 확장시키며 토크쇼의 가치를 되새겼다. '곽씨네 LP바'는 곽승준 교수, 가수 겸 배우 최시원, 코미디언 강유미가 MC를 맡아 각기 다른 입담으로 방송을 꾸민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레트로하고 빈티지한 콘셉트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첫 방송에는 배우 하정우가 포문을 열면서 화제성까지 견인했다.

감성 자극하는 '실연박물관'

뒤이어 사연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공감대 형성을 만드는 KBS joy '실연박물관'이 26일 출격한다. '실연박물관'은 오랫동안 처분하지 못했던 물건과 이별한 사연자들에게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과 응원을 전한다는 기획 취지를 내세웠다. 소소한 것부터 의외의 물건들에 담긴 사연들이 이소라, 성시경,딘딘을 만나며 웃음과 감동이 뒤섞인 감상을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연'이라는 보편적인 소재가 사연자들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에게도 큰 여운을 남길 예정이다. 첫 게스트로는 김윤의 작가가 출연, 연출작인 MBC '무한도전'에 대한 비하인드와 아쉬움을 털어놓는다. 시청자들에게는 감성 깊은 향수로 남을 전망이다.

이처럼 각기 다른 구성의 토크쇼들이 연이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토크쇼는 포맷 만으로 자극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들, 웃음 위주의 예능프로그램과는 또다른 차별성을 갖게 된다. 매회 다른 게스트들이 자아낼 감동과 유쾌함이 토크쇼만의 강점이다.

방송가 역시 토크쇼의 부활 조짐을 두고 기대하는 눈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와 관련, "관찰 예능이 범람한 후 대중이 느끼는 피로도가 상당하다. 연예인들의 집 혹은 일상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도 한몫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은 TV를 시청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TV 시청층이 5060세대에게 맞춰지게 되면서 이들에게 익숙한 토크쇼가 다시 부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과거 '강심장'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힐링캠프' 등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긴 세월동안 명맥을 이어왔으나 스타 위주의 통상적인 이야기들이 점철되며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를 반면교사삼아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숙제를 받았다. 게스트 섭외 역시 새 토크쇼들이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대목이다. 화제성에만 집중하지 않고 넓은 스펙트럼 위주의 게스트를 초청해야 한다. 과연 새로운 토크쇼들이 과거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우다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