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LH 혁신안’ 부패 근절되겠나

입력
2021.05.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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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이 이르면 27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김부겸 국무총리가 “해체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무늬만 혁신안’에 그칠 것이 유력하다. 주거복지관리공단(가칭)이란 지주사를 신설하고 그 밑에 기존 LH 조직을 2, 3개로 나눠 자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현재 LH의 ‘알짜 업무’인 토지 개발, 주택 건설 업무는 그대로 한 자회사에 두고, 나머지 업무를 분리해 다른 자회사에 넘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벌써 “해체하겠다더니 자회사 사장만 늘리나”라는 비아냥거림과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공공 기능은 오히려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LH 사태 이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등으로 부동산 관련 업무나 정보를 다루는 공직 유관단체 직원들은 재산등록과 부동산 매수 신고를 해야 하는 등 투기 재발 방지 대책이 강화됐다. 하지만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 땅을 매입할 경우 여전히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LH 사태 이후에도 매입임대 사업과 관련해 건설사의 뒷돈을 받은 간부가 해임될 만큼 LH 부패는 뿌리가 깊다. 신도시 개발과 공공 주택 공급에서 LH가 견제 없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손보지 않고는 ‘LH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혁신안 검토 초기에는 신도시 조성 및 토지조사 업무에서 LH 조직을 배제하려 했다. 또 주택청을 신설해 신도시 개발과 주택 공급 업무를 정부 기구가 맡는 방안과 LH의 지역본부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는 것도 검토됐다.

정부ㆍ여당의 LH 혁신안이 당초보다 크게 후퇴한 것은 LH가 ‘2ㆍ4 공급 대책’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어 당장 큰 변화가 어려운 상황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LH의 신뢰 추락이야말로 공공주도 주택 공급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이번에도 LH의 오랜 부패고리를 끊을 기회를 놓친다면, 이는 문재인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 실책 중에서도 가장 큰 실패가 될 것이다.

정영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