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더불어민주당 박원순계 의원들은 좀처럼 뭉치지 않았다. 모임을 자제하고 개별 의정 활동에 힘을 쏟았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의원이 10여 명에 이르는 만큼, 이들의 움직임은 대선 정국의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박원순계 핵심인 3선 박홍근 의원은 24일 박원순계 초선 의원 3명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초선 참석자는 김원이, 최종윤, 허영 의원이다. 박 의원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사적인 자리”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박 의원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려운 건 최근 그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겠다고 ‘깜짝’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 등 초선 의원 3명은 어느 대선주자를 지지할지를 명확히 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이 지사를 함께 돕자고 설득하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박 전 시장 임기 중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김원이 의원은 “때가 되면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누구를 지지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지낸 허영 의원도 아직 진로가 유동적이다. 그는 이낙연 의원의 민주당 대표 시절 당 대변인을 지냈지만, 이낙연 캠프에 합류하지는 않았다. 김 의원과 허 의원 모두 김근태계로 정치를 시작했다.
86그룹으로, 서울시 정무수석을 지낸 최종윤 의원은 최근 출범한 이재명 지사의 현역 의원 지지 모임인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가까운 최 의원은 아직 '100% 이재명 사람’은 아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홍근 의원이 주도한 회동인 만큼, 박원순계의 앞날뿐 아니라 어느 대선주자를 지지할지가 만찬 자리에 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원순계가 특정 주자를 '한목소리'로 지지할 가능성은 아직까지 크지 않다는 게 의원들의 얘기다. 구성원의 출신 배경이 시민사회단체 출신, 김근태계, 86그룹 등으로 다양한 데다 박 전 시장 사망으로 구심점이 마땅치 않아서다.
현재는 여권 대선주자들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박상혁, 민병덕 의원은 이재명 지사와 가깝고, 윤준병 의원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지원하고 있다. 중립 의사를 밝힌 이도 있다. 2012~2014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기동민 의원은 “사람의 앞일은 알 수 없지만, 당에서 중심을 지키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국일보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