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이자 앤트그룹 최대주주인 마윈(馬雲)에게 닥친 시련은 끝날 기미가 없다. 이번에는 자신이 설립한 대학 총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의 금융 정책을 비판한 뒤 전방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윈은 자신이 세운 후판대에서 조만간 총장직을 내려놓고 아무 직책도 맡지 않을 예정이다. 이미 학교 홈페이지에서 마윈의 프로필 사진이 삭제되기도 했다.
후판대는 마윈이 학계 인사 8명과 함께 고향 저장성 항저우에 2015년 설립한 경영전문 교육 기관이다. 학위를 수여하는 정식 대학은 아니지만, 소수 정예만 선발해 미국 하버드대보다 입학이 어려울 만큼 ‘엘리트 양성소’로 명성이 자자했다.
“마윈이 후판대에서 공산당의 목표와 상충하는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당국이 우려했다”는 게 학교 관계자가 전한 마윈의 총장 사임 배경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마윈이 후판대를 중심으로 사조직을 만들어 정부에 맞설 수 있는 ‘현대판 동림서원’을 만들려 한다고 의심해 왔다. 동림서원은 명나라 말기 정치 싸움에서 밀려 유배당한 이들이 모여 학문 활동을 하며 세를 키우던 저항 세력 근거지다.
앞서 후판대는 올해 3월 신입생 모집도 중단했다. 이달 중순에는 정부 인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학’ 명칭을 쓰지 못하게 돼 학교명을 ‘저장후판창업연구센터’로 변경해야 했다. 학교 관계자는 FT에 “마윈이 물러나면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후판대의 인기에는 교과 과정보다 마윈의 영향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상하이 금융포럼에서 중국 금융당국의 핀테크 산업 규제가 퇴행적이라고 공개 비판했다가 괘씸죄로 단단히 찍혔다. 지난해 11월 사상 최대로 예상됐던 앤트그룹의 3,270억달러(368조8,560억원) 규모 기업공개(IPO)가 상장 이틀 전 전격 취소됐고, 뒤이어 앤트그룹이 보유한 일부 기술ㆍ핀테크 스타트업과 금융업에 대한 규제 조치가 이어졌다.
올 1월 발표한 앤트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도 마윈이 정부에 항복한 결과라는 해석을 낳았다. 최근에는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알리바바에 182억위안(3조1,915억원)에 달하는 반독점 과징금이 부과됐다. 한 때 마윈이 수개월간 공개석상에서 종적을 감추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도 하지 않아 ‘실종설’, ‘신변 이상설’까지 나돌았다.